[차이나人사이드] 중국 '자동차 대부' 리수푸, 신에너지車 주도할까

2021-08-15 06:00
지리자동차, 7월 자동차 판매 호조...1위 재탈환
지리자동차, 르노와 협력...신에너지車 공략 박차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 [사진=바이두]


'즐기는 자가 위대해진다.(因快樂而偉大)'

지난달 20일 리수푸(李書福) 지리자동차(吉利汽車) 회장이 신차 발표회에서 밝힌 지리자동차 기업 슬로건이다. 그는 많은 운전자들이 지리자동차를 통해 즐겁게 운전하고, 지리자동차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슬로건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리 회장은 이날 "좋은 차는 단순히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많은 시간과 누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결국 즐기는 자가 위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업계 대변혁 속 지리자동차 판매량이 부진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제조업체인 지리자동차가 중국 3대 대표 토종 자동차 브랜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앞으로 차근차근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업계는 주목했다. 
 
지리자동차, 7월 판매 호조...1위 재탈환
최근 들어 지리자동차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검색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프랑스 르노그룹과 신에너지차를 함께 개발하기로 한 데다, 지난달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거두면서다. 

지난 11일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지리자동차가 그간 부진을 떨쳐내고 지난달 창안자동차(長安汽車)와 창청자동차(長城汽車)를 제치고 7개월 만에 1위를 재탈환했다고 보도했다. 

7월 지리자동차의 신차 판매량은 9만9275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지만, 중국 3대 자동차업체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창안자동차와 창청자동차의 판매량은 각각 9만4543대, 9만1555대로 그 뒤를 이었다.

지리자동차가 1위를 재탈환할 수 있었던 건 볼보와 합작해 만든 브랜드 링커(Lynk&Co, 링크앤드코) 성장세 덕분이다. 7월 링커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오른 1만8225대로 집계됐다. 중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볼보가 개발한 모듈형 차량 설계 플랫폼인 'CMA' 기반 차량 모델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전체 7월 판매량은 1만8235대로 집계됐다. 이 중 지난달 20일에 출시된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싱웨L' 주문량만 6059대에 달했다. 모듈형 플랫폼은 다양한 차량 모델에 적용할 수 있게 만든 차체 뼈대를 가리킨다. 생산 비용 및 신차 개발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에너지차 판매량도 779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6% 늘었다. 지리자동차의 신에너지차 모델은 지허(幾何)A, 디하오(帝豪)EV, 디하오GSe 등이다.

이에 따라 올해 1~7월 지리자동차의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72만9512대로 집계됐다. 이로써 연간 판매량 목표치 153만대에 한 발짝 다가섰다.
 

중국 3대 로컬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추이 [자료=기업별 보고서 정리]

 
지리자동차 신에너지차 부진 떨쳐낼 수 있을까
지난달 지리자동차의 양호한 실적에도 시장에선 사실 이는 간신히 체면치레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은 시장 회복세에 고속성장하고 있지만, 지리자동차는 2018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7월 판매량이 중국 3대 자동차 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지만,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기업도 지리자동차밖에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는 모두 신에너지차 판매 부진이 초래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신에너지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음에도 지리자동차의 신에너지차 사업은 성장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신에너지차 판매량만 놓고 보면 지리자동차의 전망은 암담하다. 지리자동차를 바짝 추격하는 창안자동차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무려 지리자동차의 2배다. 창안자동차의 신에너지차 7월 판매량은 1만2398대로, 누적 거래량은 4만9681대에 달했다.

지리자동차가 신에너지차 분야에서 지지부진한 건 리수푸 회장의 시대착오적 경영 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인수합병(M&A)의 대가로 손꼽히지만, 신에너지차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지리자동차는 앞서 2015년 향후 5년 안에 신에너지차 판매량 비중을 전체의 90%까지 늘린다는 내용의 '블루 지리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지리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와 순전기차 판매 비중을 각각 65%, 35%로 설정했었다.

지난 5년간 지리자동차는 바이두와 합작해 전기차인 지두를 설립하고, 수소차를 개발하는 등 신에너지차 부문을 적극 육성해왔지만 지난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6만8100대에 그쳤다. 이는 전체 신차 판매량의 5.16%에 불과하다. 9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현지매체 36커는 리 회장이 설정한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은 애초 달성하기 힘든 목표였다고 분석했다. 2020년만 해도 중국 신에너지차 보급률은 전체의 1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리 회장이 외부 조건 등 핵심적인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진=소후망 누리집 갈무리]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 경영전략 또 통할까
하지만 지리자동차를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기업으로 키운 건 리 회장의 집념과 뛰어난 사업 수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볼보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도 그의 선구안 덕분이었다.

특히 최근 르노자동차와 손잡고 신에너지차를 개발, 중국과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인 만큼 앞으로 지리자동차에 거는 시장의 기대는 크다.

1963년 중국 저장(浙江)성 타이저우(臺州)의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억만장자에 오른 리 회장은 중국에서 '자수성가'의 표본으로 불린다. 그는 젊은 시절 냉장고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가전제품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부도 위기에 놓인 국유기업 지리자동차를 인수해 1997년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 회장은 지난 2010년 미국 포드로부터 볼보 지분 100%를 18억 달러(약 2조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 처음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볼보와 합작법인 링커를 세워 커넥티드카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기존 볼보 산하 브랜드 폴스타를 통해 스포츠카·전기차 등을 생산해왔다.

리 회장은 지리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M&A 행보를 더 거침없이 이어나갔다. 영국 스포츠카 로터스 지분 51%와 말레이시아 자동차 업체 프로톤 지분 49.9%, 독일 벤츠의 다임러 지분 9.7% 확보 등 차종 확대를 노리며 왕성한 식욕을 보여온 것. 

그의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지리자동차는 가성비 높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 대표 민영 자동차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중국 자동차 시장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지부진한 판매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