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년 전 멈춘줄 알았던 ‘구글 스트리트뷰’… 재촬영해 업그레이드

2021-08-10 15:31
2015년 이전 촬영된 광화문광장…세종시는 아예 없어
전국 주요 장소 2013~2014년 촬영된 이미지 표시 돼
2018~2019년 전국 도로 재촬영…일부 지역에 서비스
국내선 네이버·카카오와 경쟁 피하며 신기능 등 실험
한국보다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신흥국 개선 집중

구글은 지난 2017년 6월 공식 블로그에 스트리트뷰 서비스에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의 파노라마 이미지를 추가했다고 밝힌 뒤 더 이상 국내 서비스 업데이트 소식을 다루지 않고 있다. [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한국에선 2015년 이전에 멈췄던 구글 '스트리트뷰(Street View)'가 조용히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은 2018~2019년 국내의 전국 도로와 주요 건물·시설물을 재촬영해 이미지와 데이터를 스트리트뷰에 적용했다.

스트리트뷰는 구글 지도로 검색된 장소의 실제 거리 모습을 보여 주는 글로벌 서비스다. 구글 미국 본사의 스트리트뷰 서비스는 지난 2007년 처음 출시됐다. 국내에는 2012년 1월 한국의 서울·부산 지역 모습을 보여주는 기능으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까지 한국의 모습은 지난 2015년 이전에 멈춰 있었다. 예컨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장군·세종대왕 동상 앞 풍경의 최신 이미지는 2013년 11월·2014년 9월이고, 서울에서 수십개 정부부처가 이전하고 거주인구 수가 36만명에 달하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선 스트리트뷰 서비스가 일체 제공되지 않았다.

지도 서비스만 놓고 볼 때, 구글은 경쟁사인 네이버·카카오처럼 초기 시장을 선점해 다른 이용자 데이터 수집이나 수익창출이 가능한 서비스와의 연계를 시도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구글이 국내에서 실제 촬영한 거리 이미지를 서비스하는 유일한 외국계 기업이지만, 한국 시장 내 구글 지도의 입지는 좁다. 지난 2016년 구글의 한국 정밀지도 데이터 국외반출 시도가 무산된 뒤 구글의 지도서비스 관련 국내 사업 활동은 거의 멈춰 있다. 여러 해에 걸쳐 국내에서 스트리트뷰 서비스가 허술하게 운영된 배경이다. 이후 업계는 구글이 지도 서비스로 네이버·카카오와 본격적으로 맞붙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는 없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구글은 코로나19 사태 직전 전국의 스트리트뷰 이미지를 확보하는 등 한국 시장에 투자를 지속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사이에 한국 전역과 제주도 등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국내 모든 차량·도보 이동경로와 주위 풍경을 수집했다. 이 국내 재촬영 당시 구글의 스트리트뷰 이미지 수집용 카메라의 하드웨어 제원을 표준화한 '스트리트뷰 레디' 규격의 장비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리트뷰 레디 카메라에는 촬영된 이미지의 방향을 인식하기 위한 6축 가속도계·자이로센서, 촬영지점의 좌표를 수집하기 위한 위성항법장치(GPS)·안테나 규격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구글이 코로나를 앞두고 2년간 전국에서 수집한 스트리트뷰 이미지·데이터의 극히 일부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한 상태다. 예를 들면 앞서 지적된 광화문광장 앞의 풍경은 2015년 이전이지만, 경복궁과 통하는 광장 옆 도로는 2018년 새로 촬영된 이미지다. 부산 KTX 철도역 앞이나 광주·울산 등 주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일부 거리·장소 이미지도 2018~2019년 재촬영된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재촬영분 이미지 제공 지역이 점차 확대될 수 있지만, 최근의 변화는 이용자 입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구글은 지난 2017년 6월 '전국 22개 국립공원의 주요 탐방로를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로 볼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끝으로, 스트리트뷰 개선 소식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업그레이드를 두고 한국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활용해 본격적인 서비스 개선을 시도했다기보다는, '파노라믹 이미지' 등 동남아 지역의 신흥 국가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는 신기능이나 주요 기술·데이터를 조용히 실험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 측은 관련 문의에 "구글은 사용자에게 가장 풍부하고 유용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스트리트뷰 이미지를 종종 새롭게 촬영한다"라며 "구글은 2018년과 2019년 사이 구글 지도에 한국의 파노라믹 이미지를 추가했으며, 날짜를 포함하여 촬영된 이미지에 대한 상세 내용은 온라인에 게재된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도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이후 구글은 다시 한국에서 스트리트뷰 이미지 촬영을 하지 않고, 대신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활발하게 스트리트뷰 이미지를 촬영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면서 "상대적으로 주요 대도시의 풍경이 자주 바뀌지 않는 한국보다 개발도상국 도시의 풍경과 도로가 자주 바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글이 한국에서 새로 수집한 도로 이미지 정보와 GPS 센서 데이터를 재가공할 경우, 지금처럼 한국 정부의 원본데이터(수치지형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지도·내비게이션 기능을 구축할 수도 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리소스를 글로벌 이슈에 투입하면서 한국만을 위한 서비스에 많은 리소스를 배정하지 않는 것 같다"라면서 "당장 리소스를 절약하기 위해 다시 한국 지도 반출을 신청할지, 향후 새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지도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지 검토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구글 스트리트뷰 촬영용 차량(왼쪽)과 차량 지붕에 설치돼 거리 이미지·GPS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카메라(가운데), 이 카메라를 통해 수집되는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의 범위 모델(오른쪽). [사진=구글 공식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