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저임금 15달러', 코로나19가 앞당긴다

2021-08-10 10:57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시간당 평균 급여가 15달러(약 1만7200원)를 넘어섰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취임 공약이자, 미국 노동계가 10년 넘게 주장해왔던 숙원이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월을 기준으로 미국 노동자의 80%가 최소 15달러의 시급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4년 당시 해당 비중은 60% 수준이었다.

WP는 "이제 미국에서 '시간당 15달러'의 급여는 새로운 구직 기준이 됐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업이 충분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하면서 임금이 빠르게 상승했고, 최저임금 산업 종사자에게도 일부 혜택이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평균 시급 15달러 적용 노동자 비율 추이(초록색 선). [자료=워싱턴포스트 갈무리]


특히, 신문은 미국 내 대표적인 최저임금 노동자인 식당과 슈퍼마켓 등에서 일하는 비관리직 노동자의 평균 시급이 사상 처음으로 15달러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음식점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13.86달러에서 15.31달러로 10.4% 올랐으며, 슈퍼마켓은 같은 기간 7% 상승한 15.04달러를 기록했다.

유통업체인 타깃과 베스트바이 등은 지난해 자사 노동자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인상했고, 대형 마트 체인인 코스트코는 지난 2019년부터 15달러였던 최저 임금을 올해 2월 16달러로 높였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필수 노동자로 자리 잡은 요양업계나 청소업계 노동자의 평균 시급도 최근 15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6월 기준 15달러의 평균 시급에 미치지 못한 '소수의 업계' 중 하나는 편의점과 카페테리아·뷔페 등이었다. 두 업계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각각 13.16달러와 14.08달러였다.

다만, 두 업계의 평균 시급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17% 가까이 급등했기에 조만간 시간당 15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4일 편의점 체인인 CVS의 경우, 내년 여름까지 자사 노동자의 최저 임금을 현재보다 4달러 인상한 15달러로 맞추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 산업의 평균 시급은 전체 산업의 평균 시급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전체 산업의 비관리직 노동자 시간당 임금 평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7.8% 오른 25.83달러로 집계됐다.

평균 시급 15달러에 대한 각계의 입장은 엇갈렸다. 지난 10년 가까이 '최저 시급 15달러'를 주장해왔던 노동계와 진보 세력은 환영했지만, 고용주의 경우 인건비 부담과 함께 신입 노동자가 시간당 15달러만큼의 생산성을 내지 못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의 정책연구소(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EE)의 제이슨 퍼먼 선임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금 상승분의 대부분이 최근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으로 상쇄됐다"면서도 "임금 상승은 '고정적'인 성격을 갖기에, 향후 물가 상승세가 잠잠해진다면 노동자의 이익이 영구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일부 경제학자를 인용해 '평균 시급 15달러'가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와 같은 것이 아니라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추진안에 힘을 실었다.

최저임금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절반가량이 여전히 15달러에 밑도는 시급을 받고 있으며, 임금 인상안이 여전히 수백만명 노동자의 삶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공약의 하나로 미국 전역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방안을 코로나19 경기부양책(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에 포함해 법제화하려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법제화에 앞서 미국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0.9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4월 서명했다. 해당 명령은 내년 3월 말부터 시행되며, 약 500만명의 노동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월 20일(현지시간) '마틴 루터킹의 날'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를 방문한 민주당 대선주자들. 왼쪽 세 번째부터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