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삐그덕’…스토킹호스 방식 M&A를 둘러싼 잡음

2021-08-02 06:00

[출처=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기업인수합병(M&A)의 새로운 기법으로 소개된 스토킹호스(Stalking Hores) 방식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기업 회생절차에서 주로 사용되는 스토킹호스 방식은 매각자가 예비인수자를 선정, 가계약을 통해 우선 매수권을 소유한 상황에서, 공개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들과 재차 인수가격을 경쟁하는 방식이다.

인수 후보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경쟁을 거친다는 점에서 입찰이 무산되더라도 거래 자체가 틀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 형평성과 공정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꾸준하게 지적되고 있다.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기업의 경영 능력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이스타항공 매각 사례에서도 낯선 이름의 ‘성정’이라는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토킹호스 방식의 매각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STX건설이다. STX건설은 스토킹호스 방식에 따라 매각됐지만 4년 만인 올해 1월에 다시 법정권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 해운사 인수전에 뛰어든 대부업체의 인수자격 적격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달에 진행된 NH농협은행의 창명해운 지분 매각과 관련한 잡음이 바로 그것. 창명해운의 2대 주주인 농협은행이 지분을 매각하는 이번 딜 역시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간판도 없는 대부업체…창명해운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쌍방울과 하림 그룹이 참여했던 이스타항공 인수전은 스토킹호스 방식을 세간에 널리 알린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이 같은 기업 M&A 방식의 문제점을 일깨워준 사례이기도 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충청남도 기반의 부동산 기업 '성정'에 대해 '과연 항공업체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느냐', '인수 자금은 충분할까' 등의 의문 부호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규모와 자금력, 그리고 항공사 경영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쌍방울이나 하림이 인수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나오기도 했다.

농협이 보유한 창명해운 소수 지분 매각전 역시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가운데 이번 거래에 대해서도 인수 후보의 적격성 및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구심 등 스토킹호스 방식의 단점으로 꼽히는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번 딜의 매각주간사인 삼일 PwC가 농협은행이 보유한 창명해운 지분 12만1488주(16.49%)의 공개매각에 관한 입찰 참가의향서(LOI)를 접수했다. 본입찰은 8월 초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는 알레스구테대부라는 대부업체가 참가했고, 관련업계에서는 이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대부업체에 대한 주변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알레스구테대부는 창명해운 지분에 관심이 있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항이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알렉스구테대부라는 회사는 대표이사가 확실하지 않다. 대부협회 취재 결과 협회에 등록된 대표이사는 이종윤씨다. 반면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는 이경재 창명해운 회장이다. 이경재 회장(부)과 이종윤 대표(자)는 부자 관계다.

금감원에 등록된 회원사로서 협회비는 내고 있지만 등기부상 대표와 협회에 등록된 대표가 다르다. 등기부상 본점 주소지 역시 현재 산성(평화) 법무법인이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에 응한 회사 측 관계자는 “공동으로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영업활동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로 해당 건물에서 간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알레스구테대부가 농협이 보유한 창명해운의 지분에 관심이 있는 까닭은 분명하다. 현재 창명해운의 경영권을 보유한 이경재 대표 및 그 특수관계자가 최대주주라는 지배력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스구테대부 기준으로 이경재 창명해운 대표와 이종윤 이사, 이종하 창명해운 7대 주주는 특수관계자다. 현재 이들의 창명해운 지분율은 15.5%(11만 4591주)로 대한해운의 23.17%(17만 779주)보다 8%p가량 낮다. 하지만 이번 농협은행 소수지분 인수전에서 승리한다면 단숨에 최대주주가 된다. 실제로 농협은행 지분 16.49%를 알레스구테대부가 인수하면 32.04%가 된다.

해운업계에서는 알레스구테대부가 인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미 회사를 부실에 빠트린 경영진에게 다시 운전대를 맡기게 되는 것에 따른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딜에서 회생담보권을 포함한 채권 6900만 달러(약 793억원, 대미달러 환율 1150원 기준)도 동시에 매각될 예정인 만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알레스구테대부의 재무 상태를 감안하면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높은 종결성’은 스토킹호스 방식의 ‘양날의 검’

업계에서는 매각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알레스구테대부는 지난달 8일 자본금을 5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리고, 지난 14일 등기를 마쳤다. 이날은 농협은행의 창명해운 소수 지분 매각 입찰 안내서가 배포된 다음 날이다. 이번 입찰의 최저 자기자본 요건은 5억원으로 알레스구테대부는 이미 요건을 만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자본금의 여유를 두는 관행이 있다”면서 “이번 증자는 창명해운 인수를 위한 사전 포석 작업 같다”라고 해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각 주체인 농협은행도 형식적인 자격심사만 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행 측은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반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공고를 통해 입찰을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요건을 만족하는 업체가 입찰한다면 배제시킬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량적 요소만 판단하지, 정성적 요소는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농협은행 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본말전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본금과 예치금 기준 등의 요건을 둔 취지는 그 업체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 기업들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만 입찰을 받겠다는 의미다. 즉 규모 요건에 영업활동 수행이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행하지 않는 대부업체라면 실질적인 요건을 만족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만약 실질적으로 요건을 검토한다면 알레스구테대부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알레스구테대부는 물적 시설을 갖췄는지도 의심되는 가운데 간판과 같은 기초적인 마케팅 활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한 IB업계 관계자는 “요건을 문구대로 만족하는 것은 실질의 업력을 파악하기 위함”이라면서 “기계적으로 요건 심사를 한다면 졸속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스토킹호스 방식의 장점으로 꼽히는 높은 거래종결성은 때론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실패에 대한 부담과 낮은 인수 가격에 대한 우려로 스토킹호스 방식을 택했지만, 부적절한 원매자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안정적 운영에 실패해 오히려 더 큰 후폭풍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