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엔 철퇴 당국엔 솜방망이…금감원의 옵티머스 징계 이중잣대 논란

2021-07-30 00:10

[사진=연합뉴스]


1조6000억원대 규모 사모펀드 사기 옵티머스 사건을 두고 금융감독원이 관련사무를 처리한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해 징계방침을 철회했다. 결국 수탁사와 판매사만 징계를 받은 셈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감원은 예탁원에 대해 기관경고와 감봉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예탁원에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금감원은 예탁원에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기관경고 등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통보를 보냈다. 제재심을 열어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은 다시 예탁원에 공문을 보내 옵티머스 제재심 안건 상정을 취소하고 징계안도 철회한다고 전했다. 징계하겠다고 벼른 지 6개월 만이다.
 
감사원 "예탁원·금감원, 옵티머스 사태 책임있어"

지난 반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예탁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있었다. 감사원은 이달 초 예탁원의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 결과 예탁원은 사무위탁계약에 따라 옵티머스운용이 취득한 펀드 자산의 종목 정보를 전산에 입력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펀드를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건설사 등의 사모사채를 인수해 펀드를 운용했다.

이 과정에서 예탁원은 옵티머스운용이 실제 매입한 6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LH공사 매출채권으로 입력해주는 등 사모사채 총 339건을 15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종목명을 다르게 입력했다. 이는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행위다.

예탁원이 이렇게 처리한 펀드자산명세서는 투자자나 판매사에 제공하는 투자 판단의 기초자료다. 결국 예탁원의 불법 행위로 옵티머스 펀드투자자와 판매사들은 옵티머스가 운용하는 펀드의 부실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에 감사원은 예탁원에 담당 직원을 정직 처분(문책)하고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달라(주의)는 징계조치를 권고했다. 문책경고 이상은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금감원도 감사원으로부터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옵티머스운용이 펀드의 설정과 설립보고와는 다른 내용의 집합투자규약을 제출했는데 금감원이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2017년부터 옵티머스 펀드의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국회 지적 등을 받았지만 이에 안이하게 대처했다.

이에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해서도 담당자를 문책하라는 징계조치를 권고했다.
 

[사진=예탁결제원]

 
금감원, 징계하겠다→지켜보겠다→그만하겠다

한편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금융당국은 엇박자를 내고 있었다.

먼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통해 "일반사무관리회사가 투자신탁의 기준가격 산정 등 업무를 위탁·수행하는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일반사무관리회사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자본시장법이 투자회사형 펀드에만 적용되고 신탁형 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펀드는 신탁형으로 운용된다. 올해 1월 기준 공·사모 펀드의 운용금액 중 97.8%가 신탁형으로 운용되며 1.5%만이 투자회사형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위의 해석에 반발이 일었다.

당시에는 금감원도 금융위의 해석에 반기를 들었다.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따르자면 사실상 예탁원을 징계할 수 없었지만,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처벌이 어렵다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예탁원에 중징계안을 통보하자 "금감원이 금융위를 무시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올해 2월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윤 전 원장은 "(금융위를) 무시한 게 아니라 의견을 종합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예탁원에 징계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만약 금감원이 예탁원에 대한 제재심을 진행하더라도 제재심 결과는 금융위의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를 통과해야 확정된다. 금융위가 예탁원에 대한 처벌 의지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힌 이상 금감원으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결국 금감원은 예탁원에 대한 제재심을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뒤 검토해 보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마침 징계 의사를 고수하던 윤 전 원장이 지난 5월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자, 금감원은 "감사원이 조치를 했으니 제재 효과가 생겼다"며 징계 방침을 철회했다.
 
업계 "당국끼리 봐주기··· 업계만 토사구팽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업계에만 징계를 내리고 기관에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에는 업무일부정지와 과태료 등의 조치를 내렸고, 사무수탁사인 하나은행에도 업무일부정지 등 징계를 내렸다. 주범 격인 옵티머스운용에 대해서는 등록을 취소해 업계에서 퇴출시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예탁원을 빼고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에 대해서만 제재심을 열면서 책임 공방을 나눌 기회가 없어졌다"며 "NH투자증권의 경우 금감원 분조위를 통해 투자원금 100% 반환을 결정한 부분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