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의 후폭풍] 단숨에 '18조' 카뱅…덕분에 은행주 재평가될까

2021-07-28 07:22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26일 서울 종로구 KB증권 종로지점에서 투자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카카오뱅크의 화려한 증시 데뷔가 기대되면서 다른 은행주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공모가를 기준으로 18조원이 넘는다. 이는 금융주 중 3위다.

27일 카카오뱅크는 총 1636만2500주를 모집하는 공모주 일반청약에서 청약주식수만 총 29억8984만7420주를 모았다. 경쟁률 182대1로 흥행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 주식을 사겠다고 모여든 청약증거금만 58조3020억원 규모다.

카카오뱅크의 흥행은 예상되던 이벤트다.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희망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정해졌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관이 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적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이 카카오뱅크를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일반공모에서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화끈한 투자가 이어지자 다른 은행주에 대해서도 기대치를 올려봐도 좋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비교할 경우 다른 은행주는 심각한 저평가 상태기 때문이다.
 
카뱅, '따상' 가면 금융주 '탑'이라는데…잘나가는 은행주들은?
카카오뱅크의 예상 시총은 약 18조원으로 상장 은행주 중에서 세 번째다. 만약 카카오뱅크가 상장 뒤 '따상'(공모가 두 배의 가격에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면 시총은 40조원대로 올라간다. 이럴 경우 카카오뱅크는 단숨에 은행업종 대장주가 된다. 시총 차이도 압도적이다. 은행주 시총 1위인 KB금융(21조6636억원)과 2위인 신한지주(19조8374억원)를 합쳐야 카카오뱅크와 견줄 정도다.

카카오뱅크의 상장을 계기로 은행주의 저평가가 부각되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3년 만인 지난해가 돼서야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11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흑자규모는 각각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보다 시총 규모가 작은 다른 은행주들도 카카오뱅크보다는 돈을 잘 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여전히 상위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를 크게 앞서고 있다. 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원화예수금 점유율이 전체에서 2.3%에 불과하다. 국민은행(27%)과 신한은행(24%), 하나은행(22.8%), 우리은행(23.1%) 등 국내 주요은행의 점유율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 카카오뱅크의 원화대출금 점유율은 9.1% 수준으로 다른 4대 국내 은행의 점유율이 89%에 달한다는 점에서 아직 비교자체가 무리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최대 18조원대의 몸값을 인정받는다면 이보다 몸값이 낮은 전통 은행주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은행주의 수익성이 카카오뱅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카뱅, 은행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카뱅은 고평가 은행은 저평가"
한편 카카오뱅크를 계기로 은행주가 재평가 받기 위해서는 '카카오뱅크는 은행인가'라는 문제에 답이 내려져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업계와 카카오뱅크의 설명이 다르다. 카카오뱅크 측은 자신들은 은행이라기보다는 플랫폼이라는 입장이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는 결국 은행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를 위해 진행한 공모절차는 은행을 기준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비교 기업은 미국 모기지업체 로켓컴퍼니와 브라질 금융기술 솔루션 업체 팍세구로, 러시아 핀테크 업체인 TCS그룹 홀딩, 스웨덴 금융회사 노르드넷 AB 등 4곳이다. 이들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는 7.3배다. 비교 기업을 참고해 희망 공모가밴드를 정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카카오뱅크의 최종 공모가 기준 PBR은 3.3배로 정해졌다. 반면 시중 4대 금융지주의 PBR은 0.5배에 불과하다.

이에 고평가 논란이 일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영업모델 및 수익성 구조 측면에서 시작부터 다르다"며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는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다른 국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하는 은행"이라며 "이는 곧 기존 국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의 확장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뱅크는 기존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익의 대부분은 이자이익에서 창출되고,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은 미미하다"며 "카카오뱅크는 고평가를, 시중 은행은 저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뱅 아니더라도 은행주 호재는 계속
한편 카카오뱅크와의 비교가 아니더라도 은행주에 대한 재평가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정부가 은행의 배당확대를 허용하는 등 은행주에 대한 호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은행권의 기대가 높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예대마진 확대로 수익이 늘어난다. 이미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은행들이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효과까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자본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의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해온 조치가 종료됐다는 점도 호재다. 이제 금융지주들은 이사회의 결정만 거치면 중간배당을 할 수 있다.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친화적인 정책으로 주가상승의 재료다.

최근 KB금융은 설립 이래 최초로 주당 750원의 배당을 결의했고, 신한지주 역시 중간배당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 2017년 반기 배당 이후 4년 만에 반기배당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매년 반기 배당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