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 조선업계의 역설..."배 만들 사람이 없다"

2021-07-27 05:05
5년 불황에 발목...기존 인력유출 심화된 상태
수주선박 건조 앞두고 4분기부터 인력난 우려
주 52시간 근무제 따라 장시간 근무도 어려워

국내 조선업계가 선박 수주 호황에 힘입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일손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2016년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지난 5년간 고용 인원의 30%를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건조장이 차기 시작하는 올 4분기부터는 오히려 인력난을 겪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선박 연구를 위한 연구개발(R&D) 인력 확보도 시급하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7일까지 기술연수생 120명을 모집한다. 당초 100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선박 수주 호황으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모집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채용 인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수주한 선박들이 4분기부터 건조장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월 상반기 신입 및 경력사원 수시 채용에 이어 최근에는 해양플랜트 부문 인력 채용을 시작했다. 상반기 채용에서는 △설계(선박영업·선박전장) △연구개발(기전시스템) △안전·환경관리 부문을 모집했다. 해양플랜트 부문 인력 채용에서는 배관, 전장, 기계, 선실, 선장 등 5개 분야와 사업관리 부문 경력직을 모집한다. 삼성중공업도 다음 달 8일까지 용접과 선박 도장 부문 협력사 직업기술생을 모집한다.

중형 조선사 중에서는 STX조선이 2018년부터 생산직 직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급순환휴직을 끝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TX조선은 250명이 번갈아 6개월씩 근무하고 6개월은 월급 없이 쉬는 무급순환휴직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수주 실적에 따라 무급순환휴직 조기 해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STX조선해양은 상반기에만 18척을 수주해 올해 목표를 벌써 달성했다.

연이은 선박 수주 랠리로 인해 국내 조선업계가 내년에는 극심한 인력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선 3사의 직접 고용 인력은 2016년 말 4만6235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3만2748명으로 5년간 1만3487명이 감소했다. 올해 3월까지는 1226명이 더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7개월 만에 올해 수주 목표 149억 달러(약 17조원)의 113%를 수주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71%, 80%의 수주 목표를 달성했다.

업계는 당장 올해 4분기부터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불황에 따른 다년간의 구조조정으로 인력 유출이 이미 가속된 상황이고, 여기에 더해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겹쳐 기존의 인력 역시 장시간 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선박 개발을 위한 연구인력도 부족하다. 지난해 8월 특허청이 발표한 ‘조선분야 기술·특허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조선분야 연구인력은 1738명에서 822명으로 감소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한 선박들을 건조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 인력난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며 “그렇다고 한 해 수주 실적만으로 지나치게 큰 규모의 채용도 단행할 수 없다. 고용 유연성이 낮은 상황이라 인력 채용에 있어 아직은 신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