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0] 우여곡절 끝 개막...스가, '선거 생존' 위해 유관중 전환할까?

2021-07-23 00:05

23일 우여곡절 끝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2020'이 개막한다. 그러나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19 제5차 재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 선수촌 입주자를 포함한 대회 관계자의 감염 사례가 속속 나오며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다.

20일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날 도쿄의 한 5성급 호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비공개 회의에 참석해 "일본이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이어 "전 세계가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우리(일본·IOC)가 올림픽 개최에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런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
 

같은 자리에 참석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전 세계 사람들이 일본 국민의 (올림픽 개최) 성공을 칭찬할 것"이라면서 "IOC는 선수들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올림픽 취소는 절대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1일 아사히신문은 바흐 위원장은 해당 회의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성공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해 올림픽 개최 연기를 결정한 뒤 15개월 동안 매일매일 매우 불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했으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면서 "먄약 이를 솔직하게 말했다면, 우리의 의심(도쿄올림픽 개최 실패)은 실현됐을 것이며, 올림픽은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날 무토 토시로 조직위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며 더 많은 선수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개막식에 불참하는 후원사가 더 많아질 경우 올림픽 취소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5자 회담을 다시 소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와 일본 정부는 연일 올림픽 강행을 밀어붙이고 있다. 매달 역대 최저 내각 지지율을 경신하고 있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성공만이 오는 9월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뒤집을 '살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판과의 대담에서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 취소는 쉽고 편안한 길이지만, 정부의 역할은 도전하는 것"이라면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일단 국민들이 TV를 통해 올림픽을 본다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고 발언해 입방아에 올랐다. 같은 날 일본 정부 역시 오는 8월 24일 개막하는 도쿄패럴림픽은 유관중 경기로 개최할 수도 있다고 밝혀 조직위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전날인 21일까지 올림픽 선수촌(이달 13일 개장)에 투숙하는 대회 참가 선수의 코로나19 확신 사례는 5건으로 늘었고, 전체 대회 관계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75명으로 늘었다.

일본 전체의 코로나19 확산세도 거세다. 22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전날 하루 동안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를 4943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한 주 전인 지난 14일(3191명)보다 1752명이나 급증한 수치다.

앞서 일본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선 경우는 지난 1월과 5월 각각 2·3차 비상사태 발효 당시 두 차례였으며, 지난 5월 22일(5037명)을 마지막으로 아직 5000명을 넘어선 적이 없다.

대부분의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장소이자 일본 최대 코로나19 확산지인 수도 도쿄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일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전문가 자문회의 대표인 오미 시게루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회장은 니혼TV에 출연해 올림픽의 영향으로 도쿄도의 신규 확진자가 오는 8월 첫째 주에는 하루 3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오미 회장의 코로나19 확산세 전망이 대체로 정확했던 데다, 도쿄도의 하루 최다 확진자 기록인 지난 1월 7일 2520명을 넘어선다는 전망에 도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도쿄올림픽 성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베·기업, 올림픽 거리두기 행보...극우파는 유관중 개최 촉구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과 기업들의 '올림픽 거리두기'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아베 신조 총리가 23일 올림픽 개막식 불참 의사를 알렸다. 아베 전 총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유치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지만, 올림픽 개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향후 자신의 정계 복귀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자동차 등 주요 올림픽 후원사가 올림픽 지원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논란 속에서 진행되는 올림픽 행사를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저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일 요미우리신문과 닛케이아시아(NA) 등에 따르면, 이날 도요타자동차는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이미 제작한 TV용 광고를 송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당초 도요타 측은 자사 제품 등을 직접 홍보하는 올림픽 광고가 아니라 올림픽 정신과 참가 선수진을 응원하는 내용의 광고를 계획 중이었다.

아울러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일정도 철회했다.

교도통신은 도요타 측이 TV 광고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거나 기업 이미지가 저하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대중적인 인기가 없는 올림픽 대회를 후원하는 일이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올림픽 후원사들 사이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주로 올림픽 차상위 후원사인 '골드 파트너' 기업들을 중심으로 광고 보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TV 광고를 방송하고 있는 골드 파트너사인 NTT도코모와 NEC, 아사히맥주, 노무라홀딩스 등의 광고 송출 유지 여부도 불명확하다.

아울러 아지노모토와 NTT도코모, NEC는 경영진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일정을 보류했고, 아사히맥주와 노무라홀딩스는 애초부터 회사 관계자의 개막식 참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반면, 일본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는 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가스가 료이치 전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위원은 일본 민영방송 TBS에 출연해 "바흐 IOC 위원장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에 굉장히 유감스럽다"면서 "국제적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건 바로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

1991~1995년 JOC 위원으로 활동했던 가스가 전 위원은 "(바흐 위원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올림픽 행사를 진행)해보려 하고 있는데, 왜 개최국인 일본인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바흐 위원장을 두둔했다.

그는 이어 "이미 세계 각지에서 스포츠 행사를 재개하고 있으며, 선수들은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올림픽)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고 (주최 측도) 제대로 감염 방지 대응에 나서고 있다"면서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분위기 파악을 안 하려고 드는 쪽은 일본인들"이라고 자국민을 비난했다.

이날 가스가 전 위원의 발언은 앞서 지난 14일 바흐 위원장이 스가 총리와 대면한 자리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완화할 경우 관중 입장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난 14일 바흐 위원장의 유관중 개최 전환 요청 이후 일부 언론이 나서 국민 여론과는 반대로 이를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18일 일본 온라인매체 프레지던트는 스포츠 전문기자 사카이 마사토를 인용해 "왜 도쿄올림픽만 무관객 개최인가, 결국 도쿄올림픽만 희생양이 된다"면서 "몇 년이 지나면 (일본인들은) 무관중 개최를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무관중 개최는 도쿄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이제 코로나19 중증 환자 발생률은 감소 추세"라면서 "또한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성경의 격언대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적 만족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도쿄올림픽의 유관중 개최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일반 여론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는 터무니없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서 유관중 개최를 지지한다고 발언하는 선수들의 입까지 틀어막고 있다"면서 "선수들에게 '세상의 엄격한 눈'이 향하고 있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정상이 아닌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