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 1심 패소…소비자 신뢰도 하락 '어쩌나'

2021-07-21 16:17
소비자 신뢰 악영향 불가피, 금감원 제재 가능성 높아져
삼성생명 "법원 판결문 받아 본 후 항소 여부 검토할 것"

 

[사진=삼성생명 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 삼성생명이 분쟁금 4300억원이 걸린 보험금반환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즉시연금 과소지급을 둘러싼 분쟁에서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삼성생명 측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과소지급금 환급을 대비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법원이 즉시연금 상품 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공언한 만큼, 소비자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재판부, 원고승소 판결..."미지급 보험금 지급하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4단독은 21일 진행된 삼성생명 즉시연금 보험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약관 어디에도 연금월액에서 만기환급금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보통 고객 이해도를 기준으로 볼 때 어려운 구조를 이해해야만 공제금액이 빠지고 나머지 금액이 지급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약관을 설명하거나 상품 판매 과정에서 고객에게 이를 명시하거나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약관 내용이 명확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내용의 약관법 조항에 따라 공시이율을 곱한 금액을 연금액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분쟁 원인 된 과소지급...1심 판단에만 3년 가까이

삼성생명 즉시연금 분쟁의 시작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최초 받기로 한 연금월액이 기준에 미치지 않자, 과소지급을 주장하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상품은 만기 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가입자에게 매월 연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다. 가입자 측은 이 같은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과소지급분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쟁이 심화하자 금융감독원은 ‘약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삼성생명에 과소지급분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2018년 삼성생명 이사회가 해당 사안은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하면서 즉시연금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갔다.

가입자들은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과 함께 공동소송인단(56명)을 구성,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4월 첫 변론기일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0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소송의 핵심은 약관 속에 ‘만기 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연금월액에서 일부를 차감한다’는 내용이 명확히 포함됐는지 여부였다.

가입자 측은 약관에 해당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과소지급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 속에 해당 내용이 담겨 있다며 보험금(월 연금액)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충당금 적립 부담↑ 소비자 신뢰도 악영향 

삼성생명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과소지급금 지급을 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더 커졌다. 1심에서 승소를 했다면 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지만, 상급심에서의 승소가 불투명해지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소비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켜야 하는 무형의 약속을 판매하는 산업이다.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법원이 판단하면서 삼성생명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신뢰도에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제재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삼성생명의 항소 가능성을 고려해 현재는 지켜보고 있지만, 상급심에서도 패소하면 설명 의무 미이행 등으로 제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이번 소송에서 지면서 미지급 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면서 “신뢰도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