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인데”...실손보험 가입 기준 낮추라는 당국, 보험업계 ‘울상’

2021-07-19 16:34
업계 "출시 배경 특수한 상품…언더라이팅 간섭 난감하다"

 

[사진=최석범 기자]

[데일리동방] 국내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가입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나서자, 금융당국이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에 실손보험 계약인수지침을 개선하는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의 이 같은 조처는 최근 일부 보험회사들이 소비자 심사 기준을 강화해 실손보험 가입을 사실상 거절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보험사들은 경미한 진료경력이나 보험금 수령금액 기준을 핑계로 계약 인수를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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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험회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실손보험 계약을 인수하지 않자, 소비자 피해를 우려한 금감원이 ‘인수지침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실제 한화생명은 최근 2년 내 외래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인수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보험회사들은 금감원의 행보가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토로한다. 실손보험상품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인데, 인수지침까지 완화하라는 금감원의 지시가 가혹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는 상품이 실손이다. 손해율이 증가되는 부분에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언더라이팅까지 완화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보험사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만든 상품이 아니다. 출시 배경이 특수한 상품인데 언더라이팅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간섭하면 난감하다”며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면 인수담당 부서는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가입을 거절하거나 조건부 인수를 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합리적 근거와 구체적 기준으로 계약인수지침을 마련하고 청약 거절 등의 경우 그 사유를 충실히 안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