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8월부터 증산 돌입...불확실성 줄었지만, 원유 공급 부족은 계속

2021-07-19 11:37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오는 8월부터 추가 증산에 나선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이날 OPEC+는 석유장관 회의를 재개하고 원유 증산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에도 OPEC+는 같은 회의를 진행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원유 증산 방안을 논의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의 반대로 결국 지난 5일 결렬했다. 이후 미국과 러시아 등의 중재로 양국은 최종 협상안을 마련하면서 전날 로이터 등의 보도를 통해 회의 재개 소식이 알려졌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선 OPEC+는 오는 8월부터 매달 40만 배럴씩의 감산 완화 조치(증산)에 돌입하고 공동 산유량 관리(감산 합의) 기한을 당초 2022년 4월에서 같은 해 12월까지로 연장했다.

OPEC+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사우디의 주도 아래 하루 10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단행했으며, 이후 점진적으로 감산 수준을 완화(증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OPEC+는 감산 규모를 하루 580만 배럴 수준까지 줄인 상태다.

OPEC+는 당초 올해 8~12월까지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한 후 추가 합의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별도의 기간을 정하지 않고 감산 합의 기한 동안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감산량을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정상화의 여파로 최근 원유 수요가 급증하며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OPEC+는 매달 석유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12월에는 원유시장 상황을 재진단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OPEC+ 회의는 9월 1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FT는 감산 합의의 원기한인 내년 4월까진 OPEC+가 추가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으며, 로이터는 내년 9월 전후로 하루 1000만 배럴의 감산 방침을 폐지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산유량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OPEC+는 UAE의 감산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 국가의 원유 생산량 기준점(베이스라인)을 다소 높이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OPEC+는 각국의 감산과 증산 규모를 배분하기 위해 특정 시점의 각국 생산량을 기준점으로 삼아왔다. 이는 감산·증산 합의의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합의 기한 동안 생산량 기준점이 각국의 원유 생산량과 원유 판매 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앞서 UAE 역시 자국이 산유량을 확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지만, 당초 합의한 생산량 기준점이 이를 반영하지 않고 너무 낮게 설정돼 상대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OPEC+는 해당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하루 316만8000배럴 수준인 UAE의 생산량 기준점을 내년 5월부터 하루 350만 배럴로 확대 적용한다. 이는 당초 UAE가 요구했던 하루 380만 배럴보단 적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사우디와 러시아 역시 하루 1100만 배럴에서 1150만 배럴로 늘어났고,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각각 하루 480만 배럴과 300만 배럴로 이전보다 하루 15만 배럴 상향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번 증산 합의에도 원유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하반기 하루 150만 배럴의 원유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의 증산량으론 수요를 충족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OPEC+가 증산량을 일부 풀긴 해도, 여전히 국제 유가 강세를 위해 전체 산유량 수준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석유부문 수석애널리스트는 FT에서 "이번 합의는 OPEC+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관리하고 원유 재고를 축소하려는 신호"라면서 "당초 감산 합의가 종료했을 내년 5월에도 실질적으로 각국의 증산량을 매월 하루 40만 배럴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원유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당장 원유 수급이 불안정한 여파로 국제 유가가 최고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일부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시장조사업체 엔버러스의 빌 파렌-프라이스 이사는 블룸버그에서 "매월 정기회의 개최와 12월 시장 재진단 계획은 모든 합의를 수정할 수 있다는 OPEC+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원유시장의 양대 기준 유가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최근 일제히 배럴당 75달러 내외에서 거래되며 1년~1년 6개월 사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