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샷보다 접종률 확대 우선'...미 6월 코로나 사망자 99%가 백신 미접종
2021-07-13 14:27
"백신이 모자라 사람들이 사망하는 국가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소중한 백신을 '부스터샷'으로 사용할 경우 세계는 분노에 차서 뒤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12일,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
미국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 방안인 '부스터샷'의 시행보다 전체 인구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99% 이상이 백신 미접종자라는 통계를 확인한 여파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CNN 등 외신은 이날 미국 보건 당국이 화이자 측과 회의를 가진 직후 현시점에서 부스터샷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보건복지부(HHS) 대변인은 관계자들이 화이자로부터 백신 접종과 관련한 최신 자료를 보고받았다면서 추후 부스터샷의 필요 여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주 화이자 측은 자사가 개발한 백신을 접종한 후 6개월이 지나면 코로나19 재감염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면서 보건 당국에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화이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 효과를 증진하는 부스터샷용 백신을 빠르게 개발해 당국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하겠다고도 발표한 상태다.
당초 올해 봄까지만 해도 미국 보건 당국자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추가 부스터샷 접종에 호의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에는 부정적인 견해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자국의 백신 접종률이 더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국제적인 백신 공급 부족 상황으로 미국 등 백신 재고가 충분한 선진국들의 부스터샷 추진 논의에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실제 12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백신 공급이 부족한 국가들을 고려해 부스터샷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전문가들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스터샷 접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정치권과 행정부가 관련 논의에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델타 변이가 미국 내 지배종(Dominant Variant)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들의 중증·사망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부스터샷 회의론을 불러온 요인으로 풀이된다.
12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NBC 대담을 통해 "6월 코로나19 사망자의 99.2%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면서 "사망자의 대부분이 이를 피할 수 있었고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슬프고 비극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보건 당국은 자국의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현재 백신 미접종자의 대부분이 정치적 성향과 종교적 신념 등으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는 경우라 상황의 진전이 나타나고 있진 않다.
CDC 통계에 따르면, 12일 오전 6시 기준으로 18세 이상 미국인 성인 중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비율은 67.7%(1억7476만1866명), 2회까지 최종 접종을 마친 경우는 58.9%(1억5207만4366명) 수준이다.
최근 1주일간 하루 신규 백신 접종자는 약 24만6000명으로 4월 당시 최대 하루 200만명이 접종했던 때와 비교하면 88%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