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상장의 역설②] 그룹내 차별 우려 vs 대규모 투자 위해...SK·카카오 등 물적분할 딜레마
2021-07-14 01:01
IPO로 투자금 유입, 그룹 차원에서 '쏠쏠'
'팔자' 바뀌는 IPO 둘러싼 불만 고조
'팔자' 바뀌는 IPO 둘러싼 불만 고조
최근 대기업들 사이에서 '물적 분할 이후 상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 IET, 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과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키'로 여겨졌던 이 방법은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대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내달 상장을 계획 중이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연내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와 LG에너지솔루션은 '물적 분할 후 상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주)카카오로부터 핀테크 사업을,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사업을 각각 현물출자 받아 설립됐다.
하지만 분할 후 상장에 대해 지주사 임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주요 골자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분할 후 상장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구조'"라고 비유했다.
통상적으로 배터리, 핀테크, 신약연구 등 대형 신사업은 수뇌부에서 결정한 후 지주사 차원에서 시작된다. 의사결정 후 지주사는 연관 기업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JV), 핵심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사업을 빠르게 키운다. 어느 정도 기업이 성장하면 물적 분할을 단행한다. 물적 분할 이후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M&A는 계열사와 지주사의 임직원이 함께 투입된다. △M&A 기업 접촉 △인수 결정 △유상증자, 대여금, 회사채 발행 지원 등 자금 지원 방안 수립 등을 함께 고민한다. 달리 말하면 계열사를 함께 키워간다는 의미다.
물적 분할 과정에서 지주사 임직원들은 '떠나는 자와 남는 자'로 나뉜다. 계열사로 떠나는 임직원들은 계열사로 옮기고 자사주를 받거나,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자사주 매입이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의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지주사에 남는 임직원들의 경우엔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
아울러 이 같은 문제점은 역설적으로 기업 구조가 투명할수록 크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기업이 SK그룹이다. SK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지배 구조가 선진화된 그룹으로 평가 받는다. 지주사 아래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중간 지주회사도 존재할 정도다. 지주사나 중간지주사 차원에서 사업을 육성한 이후 물적 분할하는 사례가 많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SK바이오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달 1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내부 불만은 고조되고 있지만 현재의 분할 상장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배터리, 바이오, 비대면 금융 등의 분야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2030년까지 10년간 배터리 사업에 1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배터리, 전기차, 콘텐츠, 플랫폼, AI, 스마트금융 등 4차 산업 관련 그룹들 역시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와 플랫폼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카카오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5000억원에,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를 1조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 투자 유치는 필수 불가결하다. 그 방안으로 주목받는 카드가 물적 분할 후 상장이다. 모회사의 투자 유치는 경영권 확보란 변수가 있고 상장 차익이 없어 비효율적이다. 반면 그룹 입장에서 물적 분할 후 상장은 상장차익을 얻을 수 있음과 동시에 경영권도 위협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물적 분할을 한 이후 IPO를 했거나 준비하는 기업들의 지주사에서 불만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성과에 따른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다 보니 내부에서 분할 상장 때문에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