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인생의 쓴맛 속에서 만난 정리를 통한 인생반전,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 대표의 공간과 공백 그 사이

2021-07-07 10:52

 
 

나이 서른일곱, 인생의 쓴맛을 겪었던 우리집공간컨설팅 이지영 대표.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지만 사회가 그에게 준 건 쓴맛이었다. 13년의 보육교사 경력을 발판으로 공공기관에 들어가 미친 듯이 일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계약만료에 따른 퇴사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생의 공백과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내 공간이 없어졌다는 허탈감에 빠졌다.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공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그는 집을 치우고 가구를 배치하며 흐트러진 집안을 정리하며 또 다른 직업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공간크리에이터’다. 생의 위기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새로운 직업을 만든 이지영 대표와 나다움을 찾아가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 대표]

 
Q. 어쩌다가 정리를 시작하게 됐나요?

A. 제가 제일 잘하고 즐기는 일이 정리여서 그걸로 사업화를 하게 됐어요.

Q. 좋아하는 일이 돈과 연결이 되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아직도 정리를 하는 게 좋나요?

A. 정리하는 게 직업이 되다 보니까, 요즘에는 힘들어요. 남의 집을 청소하고 돈을 버니까 즐겁긴 하죠. 근데 우리 집에 오면 힘이 드니까, 안하게 돼요. 요리가 너무 즐거워서 요리사가 직업이 되면 바깥에서 많이 했으니까 굳이 집에 와서 안하게 되는 거랑 똑같아요. 그래서 저는 저희 집에 가서는 정리 안 해요 (웃음).

Q. 가족끼리 정리를 하는 역할 분담이 나눠져 있나요?

A. 정리는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나 잘하도록 시스템화 하는 게 중요한 거예요. 그동안은 사람들이 정리를 누군가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들 힘들어해요. 근데 저희 집은 집안일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이라는 규칙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제가 집에 없더라도 각자 맡은 역할만 해놓으면 정리가 되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어요.

Q. 정리를 하는 분들은 많이 존재합니다. 그들과 다른 이지영 대표만의 정리방법이 있나요?

A. 지금까지는 정리라고 하면 예쁘게 수납하고 가지런히 놓는 걸 정리하고 했잖아요. 근데 저는 가지런하고 예쁘게 놓는 것보다는 쉽게 정리하는 법을 연구하는 편이에요.

Q. 원래는 보육교사였다고 들었어요. 일을 하면서 전공의 노하우가 발휘될 때는 언제였나요?

A. 많이 발휘되죠. ‘신박한 정리’에서 특별하게 눈에 띄었던 게 정주리 씨 집이었어요. 애들이 많잖아요. 특히나 애들이 있는 집에서 전공이 많이 발휘돼요. 제 전공이 유아교육이라 아이들이 있는 집이 공감이 돼서 발휘됐던 것이거든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고 안전을 많이 고려하게 돼요. 그래서 책장이 높은 것보다는 책장을 눕혀서 아이들의 시선에 맞게 가구를 배치하면서 정리에 전공을 녹여내고 있어요.

Q. 정리의 철칙은 뭔가요?

A. 아이들이 있는 집의 경우 그동안에는 어른들의 시선에 맞춰서 아이들한테 정리하라고 했어요. 바구니 안에 아이들에게 물건을 정리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너무 어려워해요. 아이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냥 그 방에 갖다 놓는 것만으로도 정리를 하는 것이거든요. 너무 어른들 기준에 맞춰서 어디다가 정리하라고 말해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리를 시키고 못했다고 다시 하라고 하면 애들한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의 기준을 맞춰서 정리를 하게해요. 아이들 장난감 자동차의 경우에 색테이프로 주차장을 만들어서 거기 갖다놓기만 해도 아이들한테는 그게 정리하는 거예요.

Q.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A.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보면 저도 경험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마흔이 넘어서 이 일을 찾았거든요. 100세 인생이잖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길게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너무 기준점을 일찍 잡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만 졸업하게 해놓고 그때부터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살라고 하는데 그건 너무 어른들의 욕심인 것 같고 조금 더 길게 봤으면 좋겠어요. 여유를 갖고 자기를 돌아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공간 정리를 통해 삶에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요?

A. 제 재능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집을 정리를 해주다 보니 대구에서 시작해서 4년 밖에 안됐는데 서울에 번듯한 사무실도 차리게 됐고 아카데미도 하게 됐고 TV도 출연하고 책도 출간하게 됐고 돈도 생각보다 많이 벌게 됐어요. 인생이 많이 변했죠. 그리고 의뢰인들의 삶도 많이 바뀌었어요. ‘신박한 정리’에서 조혜련 씨 집을 정리했는데, 자기의 인생을 정리해준 것 같다는 말을 했었어요. 하루지만 정리를 하면서 의뢰인의 물건을 만져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밖에 없어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의 집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인생을 알게 돼요. 그래서 그렇게 하다 보면 부족한 게 무엇이고, 어떤 게 필요한지 알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불편한 걸 개선해주고 편한해 하는 걸 더 부각시켜주고 싶고 이런 것들을 공간에서 만들어 주게 되죠. 그러니까 내 인생을 정리해주고 돌봐주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어떻게 해서 이지영 대표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나요?

A. 그 전부터 이런 일을 하던 사람들은 많았어요. 저도 정리 기술을 그분들한테 배웠고요. 제가 저를 알리게 된 이유는 그전부터 블로그를 하면서 대구에서 유명하긴 했었어요. 근데 일을 하면서 단순히 물건정리보다 제가 가진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물건을 정리하는 게 다가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더욱 인문학적으로 다가가고 싶어서 글로 나타내기 보다는 스토리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하게 됐고, 정리를 하기 전과 후를 보여주면서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사진에 담긴 사연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유튜브를 통해 말로 녹여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신의 일처럼 공감을 해주고 구독자가 생겼어요. 그중에 한명이 배우 신애라 씨였고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리의 철학이 자신과 같다는 생각에 ‘신박한 정리’ PD님께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제가 알려졌어요. 인생은 타이밍이라고는 하지만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코로나라는 게 전세계 사람들한테는 위기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집에 있으면서 집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거든요. 그래서 제가 부각이 되긴했죠.

Q. 첫 의뢰인의 집은 어땠나요?

A. 처음에 제가 이 일을 업으로 하려고 했을 때 돈을 받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확인을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지역 맘카페에 이런 일로 창업을 하게 됐는데 무료 재능기부를 하겠다 하면서 당신은 나한테 점심만 사주면 되고 이걸 업으로 해도 될지 안 될지 평가를 해달라고 했어요. 다섯 집을 했는데 그 중에서 첫 번째 집이 미혼모 집이었어요. 물건은 많은데 이 물건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거예요. 높은 책장이 있었는데 아이가 책을 꺼낸다고 책을 높은 곳에 올려놓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러면 위험하니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책장을 눕히라고 하고, 바닥에 있는 밥솥을 올려 놓으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분이 제가 집에 갈 때 밥을 사주고 3만원을 줬어요. 그 돈이 얼마든 돈을 줬다는 건 돈을 줄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일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Q. 의뢰인의 집을 가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이나요?

A. 보여요. 구두장인은 구두만 봐도 그 사람의 직업과 성격이 보인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의뢰인의 집을 가면 그 사람이 지내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Q. 이지영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던 의뢰인은 누구였나요?

A.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어떤 집을 갔는데 너무 쓰레기집이라서 이 집을 정리하게 되면 직원들한테 욕먹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천을 주더라도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의뢰인의 형편이 안돼서 돈도 제대로 받을 수 없겠다는 게 보여요. 근데 아들의 눈빛이 너무 간절한 했고, 내가 아니면 해결해줄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최대한 좋은 말을 해야 되는데 처음으로 의뢰인 어머니한테 ‘아들이 직업도 좋고, 성격도 좋고 1등 신랑감입니다’리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시는 거에요. ‘근데 내가 며느리 될 사람인데 인사드리러 와서 어머니 집을 보면 이 집에 절대 시집 안 올겁니다’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알았어요, 정리해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의뢰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물건이 있었나요?

A. 현재 나를 위한 물건보다 과거에 추억이 있는 물건과 미래가 불안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많아요. 근데 그건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어요. 거기에 담긴 추억 때문 인거죠. 그래도 갖고 싶으면 최소의 것으로 추억을 보관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드려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쟁여놔요. 근데 그걸 대부분 다 안 쓰거든요. 그래서 그걸 쟁여놓지 않고 지금을 누리는 게 중요해요.
요즘 아파트 비싸잖아요. 근데 내가 그 비싼 아파트를 누리지 않고 물건으로 채워놓고 사는 게 안타까워요. 우리 집은 물건이 많이 없어서 누릴게 되게 많아요. 근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안 누리고 사는 거예요.

Q. 사람들이 왜 정리하는 걸 꺼려할까요?

A. 귀찮으니까, 표시가 안 나고 안 해도 되니까요. 당장 씻지 않고 꾸미지 않는 건 나가면 표시가 나요. 근데 내 집을 정리 안하는 건 표시가 안 나거든요. 그러니까 계속 미뤘던 거고 안 해도 괜찮았던 거예요. 지금까지는 회사에 가있고 학교를 가있었고, 주말에도 호텔이나 카페 같은데 가서 안봐도 됐었어요. 근데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어 보니까, 정리를 안 한 걸 직시하게 된 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해결방법으로 정리라는 키워드가 뜨게 된 거죠. 힘들고 외로울 때 찾아야 되는 건 바깥이 아니라 집이어야 돼요. 근데 사람들은 우리 집을 그렇게 안 만들고 밖으로 돌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이지영 대표도 이것만은 비우지 못한다 하는 게 있나요?

A. 맥주잔이요. 저는 코로나 전에 여행 가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여행 가서 여행지에 유명한 맥주를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이었거든요. 여행지에 가서 맥주 마시기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공간크리에이터가 된 거에요. 여행지에서 맥주를 마시고 그 맥주잔을 모으는 게 취미에요. 그래서 그 맥주잔은 버릴 수가 없죠.

Q. 공간과 공백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A. 공간은 뭔가 채워 나가는 거고, 공백은 아예 비워져 있는 것 같아요. 공간은 내가 해야 되는 숙제 같은 느낌이었다면 공백은 처음으로 던져진 숙제 같아요. 공간은 채워져 있는 것에 만들어 나가는 것이었다면 공백을 저한테 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공백에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Q.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으세요?

A. 현재의 내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요.

Q. 나만의 공간이란 뭘까요?

A.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향이 있고 내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그게 나만의 공간인 것 같아요. 100평을 가져도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나만의 공간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단 1평이라도 내가 온전히 이걸 누릴 수 있다면 이게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Q. 어떤 공간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세요?

A.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는 공간이요. 결국에는 우리집이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좋아하는 향이 있을 때 가장 편안해요. 그게 집이어야 되고요. 지금까지는 밖에서 그걸 즐겼다면 이제는 집에서 그걸 즐길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인터뷰 장면]



Q. 요즘 미니멀리즘이 유행입니다. 공간크리에이터로서 얼마나 줄여야 미니멀리즘이라고 생각하세요?

A. 그건 그 사람이 기준이에요. 미니멀에 기준을 두지 말고 라이프에 기준을 둬야돼요. 미니멀에 기준을 두니까, 몇 년 쓴 걸 버려야 되는지, 몇 개를 버려야 되는지 얘기해요. 그걸 기준으로 두는 게 아니라 라이프에 기준을 두고 옷을 5년을 입었는데 이게 좋으면 계속 입으면 되는 거예요. 근데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안 입으면 버리는 거예요.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남기면 되는 거예요.

Q. 마지막으로 공간, 인간관계 등을 정리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정리에 대단한 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신박한 정리>에서 봤던 드라마틱한 변화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투자한 거예요. TV를 본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당장 내가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당장의 내 주변에 불필요한 세가지만 비워보세요. 내가 움직이면 내가 달라지고 내 주변이 달라지면 그 시작을 통해 우리 집이 달라질 거예요.

 

[사진= 김호이 기자/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 대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