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간'만 보는 북미 해법, 남북대화 묘수 뿐

2021-07-05 06:00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반 년이 가까워지는데 좀처럼 북·미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리뷰를 마치고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북한은 관망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북·미 대화 재개와 함께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려고 하는 문재인 정부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말 대북정책 리뷰를 마무리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grand bargain)이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와는 달리 ‘외교와 억지를 병행하는 실용적 정책’이라는 점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하였으나 일괄타결에 의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방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실용주의는 북한의 핵능력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들다는 현실론을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선 비핵화’의 대안으로 단계적 협상을 모색한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해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외교적 해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핵심 내용은 지난 5월 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대북정책은 ‘조율된 실용적 접근’으로 명명되었다. 목표물을 겨냥하여 가늠자를 조종하는 것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지향하되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목표와 전략을 조율하겠다는 탄력적 입장을 택한 것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비핵화를 이끌어 내는 실용적 태도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한·미 공동성명에서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을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점이 명시되었다. 특히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을 지지한 것은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울러 인도적 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지원이 강조된 것도 주목된다. 더불어 성 김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함으로써 북·미 대화를 위해 준비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외교에 입각하여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북·미 대화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2021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을 공동 제안하였으며, 북한의 인권문제와 이에 대한 책임규명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문제를 중시하되 북한의 반응과 북·미 대화 상황을 고려하여 강약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제안에 대해 북한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올해 1월 말 제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대미정책 기조의 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과 핵무력 강화를 병행하며, ‘강대강 선대선’ 원칙 하에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특히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미 공동성명에 대해서도 북한이 기대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제재 완화 등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항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중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경제상황이 심각함을 인정하고 미국을 겨냥한 대화와 대결을 다 준비해야 하며, 한반도 정세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경제상황 악화에 직면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함으로써 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선제적으로 대화의 판을 깔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도 섣불리 긴장을 고조시켜 압박을 초래하기보다는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관망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미의 힘겨루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출구전략이 필요할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봄은 남북대화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이것이 한·미 대화와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됨으로써 가능하였다. 이번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이후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남북채널을 통한 최고지도자의 친서 교환, 대북특사 파견, 남북 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남북 및 북·미 대화를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바와 같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을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심각한 점을 고려하여 식량 지원, 영유아에 대한 영양식 제공, 의료지원 등을 실시해야 한다. 민간 통로를 통한 방안과 함께 국제기구를 통해 다층적으로 대북 인도협력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한·중 전략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과 북·미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최근 북·중관계가 강화되는 점을 활용하여 중국에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기후변화, 방역문제와 함께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은 미·중 갈등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올여름에 흘릴 땀이 더위와 장마를 이기고 가을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최소한의 결실을 얻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종철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정치학박사 ▲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미 하버드대 교환교수 ▲한국외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