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1세기판 남수북조….디지털경제 新인프라 사업 ‘동수서산’

2021-07-03 06:00
"동쪽의 데이터를 서쪽으로" 데이터 자원 및 전력소비 불균형 해결
8개 지역 데이터 거점 지정···데이터센터의 균형발전 촉진

동수서산 프로젝트 [사진=바이두]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경제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 사업을 가동한다. 이른바 '동수서산(東數西算) 공정'이다. 경제가 발달한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으로 옮겨와 처리한다는 게 골자다. 동·서부 지역 간 데이터센터를 연계 발전시켜 데이터 자원 및 전력소비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남쪽 창장(양쯔강)의 물을 북쪽에 대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서부 전력(電)과 천연가스(氣)를 동부 연해지역까지 연결하는 서전동송(西電東送)과 서기동수(西氣東輸)에 이어 디지털 시대 새로운 대륙횡단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가동한 셈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디지털 시대 인터넷 데이터가 물, 전기, 가스만큼 중요한 자원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 "동쪽의 데이터를 서쪽으로" 데이터 자원 및 전력소비 불균형 해결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중앙인터넷정보판공실, 공업정보화부, 국가에너지국은 최근 전국 데이터센터 건설과 발전을 총괄 기획하는 내용의 ‘전국 데이터센터 통합 혁신시스템 허브 방안’을 공개해 동수서산 프로젝트의 공식 가동을 선언했다.

데이터센터는 빅데이터를 저장·유통하는 핵심 인프라로, ‘디지털 시대 곡창’으로 불린다. 기업들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 정보를 원격으로 저장하고, 기업들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발개위에 따르면 중국 전국엔 지난해 기준 500만개의 데이터센터가 포진해 있다. 2015년 124만개에서 네 배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경제가 발달한 동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데이터 소외 지역이 발생했다.

게다가 데이터센터는 대용량 서버 운영, 데이터 저장, 네트워크 연결 등을 위해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냉각장치를 이용하는데, 여기서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동부 지역은 전력난도 심한 데다가 전기료가 비싸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서부 지역은 신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전기료가 싸고, 기후도 서늘해서 데이터를 보관하기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동·서부 지역의 데이터센터를 연계해 동부의 데이터를 서부로 옮겨 오면 데이터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동·서부 전력 수요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서부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 8개 지역 데이터 거점 지정···데이터센터의 균형발전 촉진

이에 따라 중국은 구체적으로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창장 삼각주, 웨강아오대만구(광둥·홍콩·마카오), 청위(청두·충칭), 구이저우, 네이멍구자치구, 간쑤성, 닝샤 등 8개 지역을 주요 데이터 거점 중심으로 만들어 데이터 산업을 연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경제가 발달하고 인구가 밀집돼 데이터 수요가 많은 징진지, 창장삼각주, 웨강아오, 청위는 원칙적으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2개 이상 지을 수 없게 했다. 대신 데이터센터 공급 구조를 업그레이드해 연산능력을 향상하도록 했다.

반면 서부 지역인 네이멍구, 구이저우, 간쑤, 닝샤의 데이터센터는 전국 범위에서 전달받은 데이터를 후가공, 원격분석, 보관하는 등 비실시간 연산기지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중국이 ‘빅데이터 기지’로 육성 중인 구이저우성 구이양 구이안신구에서 10만대의 서버를 운영할 경우, 타 지역과 비교해 전력비를 하루 평균 45만 위안 절감할 수 있다. 1년으로 따지면 모두 1억6500만 위안(약 288억원)의 비용이 덜 드는 셈이다.  

장딩딩 데이터 전문 애널리스트는 SCMP를 통해 "과거 중국은 남수북조를 통해 수자원이 풍부한 남쪽 지역의 물을 메마른 북쪽 지역에 옮겨 왔다"며 "오늘날 동수서산은 남수북조 사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동·서부 지역의 데이터센터를 연계한다면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동부에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세울 필요가 없어져 자원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탄소중립 실현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의 디지털경제 전환을 촉진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디지털경제는 39조2000억 위안 규모로, 2019년보다 3조3000억 위안 증가했다.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전력 사용량도 팽창하고 있다. 중국 국가전망에너지연구원은 중국 데이터센터 전력사용량이 2030년 4000억kW를 돌파해 전국 전력사용량의 3.7%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