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재윤 전 의원 '눈 내리는 방' 등 10편 눈길
2021-06-30 16:58
지난해 시인 등단…"셈세함·따사함 묻어나"
제주 서귀포시 선거구에서 3선을 지낸 김재윤 전 국회의원 사망 소식에 애도가 잇따르고 있다. 민병두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 전 의원이 썼던 시를 써 내려가며 애도했다.
30일 민 전 의원은 고인이 생전에 썼던 시 '내 인생의 방', '어머니의 손', '아버지의 등', '수국(水菊)', '시(詩)', '강', '분꽃', '어느 멧돼지의 외침' 등 8편을 게재했다.
정계를 떠나 세한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던 고인은 지난해 '열린시학' 겨울호에서 제10회 한국예술작가상을 수상(총 10편)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대표 시 '눈 내리는 방'은 정갈한 묘사가 백미다. “어머니는 새로 산 시계를 형님 팔목에 채웠다 / 마당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형님이 읽었던 책을 태웠다 / 등에 업힌 눈이 하염없이 훌쩍였다 / 아무 말 없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형님이 입었던 옷을 태웠다 / 등에 눈물로 끌 수 없는 불이 번졌다 / 날도 추운데 왜 나오셨어요 / 날이 춥다 어서 방으로 가자 / 형님 제사가 끝난 뒤 / 촛농 묻은 촛대를 몇 번이고 닦았다 / 남아 있는 책들 / 어머니는 탁상시계 태엽을 감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고인은 1990년대 말 경인여대와 세명대, 조선대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으며, 이후 2001∼2004년 탐라대 교수를 역임했다. 2004년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 속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 대법원이 법률 개정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전날 낮 서울 서초구에 있는 건물 앞에서 숨진 채로 행인에게 발견됐다. 현장에 유서는 없었으며 시신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사인은 추락사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