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좇는 무신사, 집토끼 뺏는 하이버

2021-06-27 20:2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이버가 남성 온라인 쇼핑 시장 '절대 강자'로 불리던 무신사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종합 쇼핑몰로 변신한 무신사가 여성 고객몰이에 눈을 돌린 사이, 방향성을 온전히 남성에게만 맞춘 하이버가 '신흥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25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를 보면 하이버는 지난달 월간 사용자 수(MAU) 69만명으로 남성 의류 쇼핑앱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020년 5월만 해도 하이버 MAU가 35만명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이버는 전체 사용자 가운데 95% 이상이 남성으로, 남자 사용자가 약 66만명에 달하고 있다. 무신사 전체 사용자 수 218명 가운데 남성 사용자 비율이 46%로 약 10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70% 수준까지 따라잡은 셈이다. 하이버가 남성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무신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이버는 '남성만을 위한 남성앱'을 표방하며 지난 2018년 11월 출범한 이후 무섭게 성장했다. 플랫폼 론칭 1년 만에 회원 수 78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코로나19로 의류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2020년 말 기준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는 400만건, 월간 거래액은 100억원을 넘어선다.
 
론칭부터 남성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된 큐레이팅과 맞춤형 쇼핑 환경을 제공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하이버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MZ(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세대 공략을 위해 일반 의류는 물론 테크, 명품, 그루밍(뷰티), 스포츠, 아웃도어 등 대대적인 카테고리 확대를 꾀하기도 했다.
 
카테고리 확대 효과도 눈에 띄게 나고 있다. 실제 올해 4월부터 판매를 강화한 테크 제품군의 경우 거래액이 전월 대비 360% 늘어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명품을 파는 럭셔리관 역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0%, 거래액은 400% 늘어났다. 특히 누적 판매 상위 10위 브랜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7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반대로, 탄탄한 남성 고객을 기반으로 성장한 무신사는 회사의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여성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올해 5월에는 10대·20대 여성 사용자 이용률이 높은 쇼핑앱 스타일쉐어와 29CM을 인수해 여성 고객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결과로 무신사 남성과 여성 고객 비율은 1년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실제 올해 5월 기준 무신사 여성 고객은 64%로 남성 고객 비중을 훌쩍 웃돌고 있다. 2020년 5월만 봐도 무신사 남성과 여성 고객 비율은 각각 51%, 49%로 남자가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