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3만 달러' 붕괴에도 낙관론 등장하는 이유는?

2021-06-23 10:38
"최근 급락세, 중국발 규제에 놀란 단기 투자자 탈출 탓"
"시장 불확실성 여전하나 이번 기회로 더욱 견고해질 것"
"과거 폭락장과 상황 달라…비트코인 기초여건 한층 강화"

가상(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3만 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비트코인 가격의 3만 달러 붕괴를 두고 시장에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고 분석, 추가 하락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데드크로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갔을 때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시장에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면 주가의 하락세 전환으로 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3일 오전 10시 21분 기준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2만8814.75달러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걱정할 것 없다"며 비트코인 가격의 반등 전망이 담긴 낙관론을 펼쳐 눈길을 끈다. 특히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 급락이 암호화폐 시장을 연구하지 않고 투자에 나선 이른바 '종이 손(paper hands)' 탈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거래 대비 4.69% 오른 3만4103.74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23일 오전 10시 21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의 24시간 변동 추이. [사진=코인데스크 누리집 갈무리]

 
◆단기 투자자, 중국발 규제에 겁 먹고 탈출

디지털 자산관리사 코인셰어스(CoinShares)의 멜텀 데미러스(Meltem Demirors)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2일(현지시간) CNBC '더 익스체인지(The Exchange) 화상 대담(인터뷰)에서 "지난 200일 동안 (암호화폐) 시장이 계속 확장됐다. 숫자(암호화폐 가격)가 영원히 상승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은 어느 시장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초 고점에 도달했던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이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데미러스 CSO는 "현재 우리가 (비트코인 거래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은 시장의 조정과 수축 그리고 이로 인해 흔들리는 많은 것들, 이른바 '종이 손', '약한 손(weak hands)'"이라며 "장기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를 저가 매수 시기로 보고,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데미러스 CSO가 비트코인 급락 요인으로 꼽은 '종이 손'은 주식 등 금융투자자산의 가격이 요동칠 때 곧바로 매도에 나서는 단기 투자자들을 의미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시장의 변동세에도 반응하지 않고 자산 보유를 유지하는 장기 투자자는 '다이아몬드 손'이라고 부른다.

데미러스 CSO는 "많은 소규모 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조사 없이 투자에 나섰고, 현재 매도 행렬에 나서고 있다"며 장기 투자자들의 시장 탈출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규제 등 암호화폐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암호화폐 시장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봤다.

북미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 중 하나인 블록캡(Blockcap)의 다린 파인스타인(Darin Feinstein) 설립자도 "비트코인의 이번 급락은 전 세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hashrate)를 낮추는 중국의 채굴 중단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해시레이트란 암호화폐 네트워크 내에서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기 위한 채굴 능력을 의미한다.

다만 그는 "장기 투자자들은 이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단기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겁을 먹고 있다"며 단기 투자자들이 현재의 하락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CNBC에 따르면 암호화폐 관련 공포·탐욕지수(Fear and Greed Index)는 10으로 '극단적인 두려움(extreme fear)'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8년 급락장과 달라···비트코인 진화했다"

암호화폐 자문회사인 퀀텀 이코노믹스(Quantum Economics)의 마티 그린스펀(Mati Greenspan) 최고경영자(CEO) 겸 설립자는 '비트코인이 2014년, 2018년 당시의 약세장을 다시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비트코인 낙관론을 펼쳤다.

암호화폐 투자업체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CEO)도 CNBC 대담에서 "중국발 암호화폐 규제가 예상보다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CEO는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2014년, 2018년에 비해 훨씬 많은 유용성(utility), 채택(adoption), 분산투자(diversification)가 이뤄졌다"면서 "비트코인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2018년의 마지막 약세장 보다 훨씬 강력해졌다"고 역설했다.

가상자산 벤처캐피털인 스틸마크( Stillmark)의 앨리스 킬린(Alyse Killeen) 설립자도 "10년 이상 축적된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보안, 폭넓은 유용성, 채택 수준 등이 비트코인의 고유가치를 확립할 것"이라고 비트코인 장기 낙관론에 한 표를 던졌다.

그러나 비트코인 나아가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비관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중국,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예전부터 지적을 받아온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숀 루니 발키리 인베스트먼트 조사(리서치)팀장은 "(비트코인이) 고점에서 추락하는 움직임을 보면 투자자들은 앞으로 몇 주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지적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트레이드더체인의 닉 맨치니 연구원 역시 "중국발 규제로 투자자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 시작했다. 시장 분위기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