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오늘 두 번째 ‘옥중 생일’…석방되더라도 앞날 먹구름

2021-06-23 04:15
2017년 첫 수감 중 49번째 생일…반도체패권 경쟁 속 투자 요원
정치권, '가석방'으로 무게추...재계 '경영활동 제약 없는 사면돼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23일) 수감 상태에서 만 53세 생일을 맞는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조만간 특별사면을 받거나 가석방이 될 것이란 관측이나, 경영 복귀 이후에도 그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1968년생인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뇌물공여·횡령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되면서 옥중에서 두 번의 생일을 보내게 됐다. 2017년 2월 같은 사건으로 구속된 이 부회장은 그해 6월 마흔아홉번째 생일을 서울구치소에서 보냈다.

그러다 같은 해 8월, 1심 재판부가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이 부회장의 수감생활은 장기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되면서 이 부회장은 1년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이후 2019년 8월 대법원전원합의체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고,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이 부회장은 현재까지 수감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주경제 DB]


◆작년 생일엔 삼성전자 CE부문 간담회 등 '의욕적인 경영 활동'

불과 작년 생일 때만 해도 이 부회장은 의욕적으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지난해 6월 23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 생활가전(CE)사업부를 찾아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도 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라며 당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올해 재수감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는 암울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도 최근 ‘K반도체 벨트 전략’ 등을 발표하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반도체 강국’ 타이틀 유지는 쉽지 않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일 4대 그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이재용 사면 요구가 나오자 “고충을 이해한다”며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큰 사면보다는 가석방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여지는 모양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이 부회장은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가 “사실관계 파악 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면서 가석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지난 7일 “반도체 문제와 백신 문제에서 일을 시켜야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고민한다면 사면보다는 원래 있는 제도 자체로 누구한테나 국민한테 적용되는 제도 활용이 검토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도 “법적인 요건이 갖춰져 있는 상황이라면 가석방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 등 참석자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 제약 많은 가석방 대신 재계는 '사면' 요구 잇달아

하지만 재계는 해외 출장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많은 가석방보다는 특별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면은 남은 형 집행을 즉시 면제해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는 반면, 가석방은 말 그대로 임시 석방으로 보호관찰 등 일정한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또 이 부회장의 경우 가석방이 되면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이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4일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다시 한번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4월 경제 5단체장이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3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직접 사면을 건의한 데 이어 거듭 사면을 공론화한 것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받더라도, 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사법 리스크로 고통 받을 전망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사건으로 지난해 9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의 경우 이 부회장이 신청한 증인만 200명이 넘는 등 사실관계 파악조차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당장 1심 선고까지 3~4년이 소요되는 장기전이 될 것이란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회계 부정 재판에서 또 한번 실형을 받을 경우 재수감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사면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서만 형 집행을 면제받게 되는 것으로,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은 사면 대상이 아니다.

이와 별도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건도 이 부회장에게 복병이다. 지난 4일 검찰이 약식기소(벌금 5000만원)한 건과 별개로 지난 8일 또 다른 불법 투약 혐의가 발견돼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이송한 상태다. 프로포폴 관련 의혹은 개인 비리 성격이 짙어, 총수의 이미지 관리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으로선 어떻게든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은 지금 이 순간도 치열한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 사면론은 정치권이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만 향후 남은 재판이 이 부회장과 삼성의 앞날에 또 다른 복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하한 EUV(극자외선) 공정 7나노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왼쪽)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