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임원 심층 분석]② 삼성의 별은 1970년대생 ‘서태지 세대’

2021-06-22 05:12
‘수능세대’ 포함, 1970년대생 임원 50.6% 차지
1950년대생 퇴진…1980년대생 진입도 눈길
임원 67.9% 석·박사…고학력자도 크게 늘어

사외이사를 제외한 삼성전자 임원진 비중에서 1970년대생이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31일 기준 사외이사를 제외한 이 회사 임원 1077명 중 과반에 해당하는 50.6%에 해당하는 545명이 1970년대생이다.

이른바 ‘X세대’로 대표되는 1970년대생들이 대기업 인원으로 대거 진입한 것이다. 특히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은 학력고사가 아닌 ‘수능 세대’로서 직원들과의 소통 측면에서 기대감을 나타내는 시선도 있다. 민주화 이후인 1990년대에 대학생 시절을 보낸 세대인 만큼 1970년대생들의 리더십을 통해 1980년대 중후반 이후 출생자를 뜻하는 ‘MZ 세대’와의 교감능력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1970년대생이 자기만의 색채를 가진 세대라지만 대학 졸업과 동시에 IMF를 겪다 보니 조직생활 측면에서 자생력을 갖게됐다고 본다”며 “전반적으로 생존역량이 강하고 시대적 흐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출생년도 만으로 조직문화가 변화하고,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1970년대생 임원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시간이 흐르고 조직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970년대생이 늘어난다고 해서 당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조직 혁신을 위해서는 (임원진 나이 외에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임원진 1960·1970년대생 양대산맥

삼성전자 임원진 중 1970년대생은 2011년 3월 기준 임원진 중 0.8%에 불과했다. 그랬던 1970년대생이 10년이 지난 현재 과반을 차지한 것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불과 1년 전 같은 조건에서 1970년대생 비중이 41.3%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1970년대생이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임원 중 1970년대생 비중은 지난해 41%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작성된 2020년 사업보고서에서 그 비중이 49.5%로 8.5%p 증가했다.

당시 인원수로 보더라도 542명으로 늘어나면서 같은 시기 1960년대생(541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뤄진 삼성전자의 2021년 정기 임원 인사가 사업보고서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추세가 지난 1분기에도 이어지면서 이제는 1970년대생이 절반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재계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로서, 앞으로 이들의 세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생이 열광했던 1990년대 문화 아이콘 '서태지와 아이들' [아주경제 DB]


다만 1970년대생의 이러한 약진은 정확히 10년 전의 1960년대생과 비교했을 때 늦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3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임원 972명 중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은 667명으로, 68.6%를 기록했다.

그리고 현재 임원진 구성도 1970년대생이 과반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1960년대생은 여전히 삼성전자 임원진 중 48.3%(520명)를 구성하며 1970년대생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매년 100만명 규모의 출생아수를 기록했던 세대인 1960년대생이 빠르게 요직을 차지한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출생아 규모가 적었던 1970년대생들이 세대교체를 이뤄내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960년대생과 1970년대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임원진에서 1950년대생의 퇴진과 1980년대생의 진입도 눈에 띈다.

5년 전 67명으로 6.3% 비율을 차지했던 1950년대생은 올해 3월 기준 0.6%(6명)를 기록해 전후세대의 퇴장을 알렸다. 반면 5년 전 1명에 불과했던 1980년대생 임원은 6명으로 늘어나며 그들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공시된 삼성전자 임원진 중 최고령은 1955년생, 최연소는 1981년생으로 파악됐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5·10년 전과 비교해보니...고학력·여성 비중 높아져

올해 3월 기준 삼성전자 임원진 중 석·박사 학위 취득자 비중도 10년 전보다 높아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기재된 임원진 학력을 조사한 결과 2011년 3월 기준 972명의 임원 중 박사(수료자 포함)는 209명, 석사는 279명으로 각각 21.5%, 28.7% 비중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16년 3월 기준 1059명 중 박사 246명, 석사 332명으로 각각 23.2%, 31.4%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강해져 올해 3월에는 1077명 중 박사 334명, 석사 397명으로 각각 31.0%, 36.9%까지 늘어났다. 삼성전자 임원의 67.9%가 석·박사 학위를 땄거나 과정을 수료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임원진 구성 중 36.9%를 차지한 석사는 학사와 박사 인력을 제치고 가장 비중이 큰 학력으로 올라섰다.

임원진 구성에서 여성이 늘어나는 것도 눈에 띈다. 올해 3월 기준 삼성전자 임원진 1077명 중 5.4%에 해당하는 58명이 여성으로 확인됐다.

이는 5년 전인 2016년 3월 1059명 중 42명(4.0%)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1.4%p 상승한 것이다. 10년 전인 2011년 3월의 분기보고서 상에는 임원의 성별이 공개되지 않았다.

임원의 성별이 처음 공개된 것은 2013년 사업보고서로, 당시 여성 임원의 비중은 2.9%에 불과했지만 7년 3개월 사이에 여성 임원 비중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입구 현판 [사진=아주경제 석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