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 이스타 정상화 & 채권단 집회 '시험대' 넘을까
2021-06-21 00:02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지은 성정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이스타항공 정상화다. 알려진 것과 달리 자금 조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보다 과연 성정의 경영능력으로 이스타항공 사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 다음날인 21일 법원이 성정을 이스타항공 인수에 관한 우선 협상자로 공식 선정할 예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회생계획안 제출과 잔금 납입뿐이다. 잔금은 10월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단 집회 5일 전까지 납부하면 된다.
성장의 잔금 확보는 크게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가액은 1100억원가량이다. 성정은 부여에 위치한 27홀 규모의 백제컨트리클럽(이하 백제CC)을 보유하고 있다. 백제CC는 자산가치 재평가를 아직 실시한 적이 없다. 최근 골프장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자산 가치 재평가를 한다면 대규모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9~10월까지 자금을 마련하면 되니 시간은 충분하다"면서 "매출 기준이 아닌 자산 기준으로 보면 새우가 고래를 인수했다고 보긴 어려울 만큼 성정은 자산이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변수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채권단 집회가 있다. 회생 채권 변제율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타항공의 채무는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수대금 1100억원으로 공익채권을 변제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의미다.
공익채권은 체불임금·퇴직금 등으로 선순위 채권인 반면 회생 채권은 △항공기 리스료 △공항사용료 △항공 유류비 △카드회사들이 받아야 하는 채무 등 상사채무와 그 외 금융채무 등으로 후순위다. 이론상으로 담보 채권이 중순위이지만, 이스타항공은 담보 채권이 없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상태다 보니 누구도 정확한 채무를 모른다. 이스타항공은 임금 체불뿐만 아니라 각종 공과금도 체불하면서 전산 시스템도 끊긴 상태다.
우선 이스타항공 전산이 작동해야 채권이 확정된다. 채권이 확정된다면 지연이자, 지체상금 등으로 채권은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채권자들의 손실 규모가 커짐과 함께 채권단 집회의 난항을 의미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 통과는 변제율이 쟁점인데 회생 채권자들은 채권의 10% 정도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수는 이스타항공 본연의 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M&A가 경쟁 구도로 형성됐던 이유를 '백신 효과'로 꼽고 있다. 최악인 항공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항공업은 △코로나19 △미·중간 갈등 △한·일 외교 갈등 등 이벤트 리스크에 언제나 노출돼 있다. 또한 항공기 등 자본적 지출(Capex)이 불가피해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경쟁 강도가 높다 보니 망하면 크게 망하지만, 성공할 땐 크게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 등 저비용항공사(LCC)가 신규 진입하며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한 사모펀드의 대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라이트 형제를 쏴 죽이고 싶다'는 농담을 월가(Wall Street) 펀드 매니저들이 많이 한다"며 "항공산업 자체가 예상하기 어렵고, 매니저들이 손해도 많이 봤다"라고 말했다.
항공업 노하우가 상당하더라도 이익이 보기 어려운데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이후 자체 업력이 뒷걸음질 쳤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운항이 재개되더라도 이스타항공은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이라면서 "항공업이 이벤트 리스크에 취약한 점을 고려할 때 성정의 경영 능력은 조만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