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공정과 상식의 회복

2021-06-18 06:00
공직자의 내로남불과 불공정한 권력 행사
'법치의 붕괴'로 불공정과 불평등 심화
'법의 질서' 세워 공정과 상식 회복해야

조평규 중국 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지난 몇 년간 우리사회는 ‘정의란 무엇인가’, ‘우리사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대답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자신 있게 해답이나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의나 공정의 개념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정도는 매우 낮지만,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의와 공정이 요구되는 권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사익을 위해 공정을 해치는 행위를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남녀, 장유, 귀천, 반상, 지역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공정하지 않은 잣대가 적용돼 왔다. 권력의 최고점에 올랐던 대통령까지도 망명, 피살, 자살, 투옥될 정도로 끝이 매우 좋지 않았다. 모두 공정함을 다루는 권력을 가진 위치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공정하게 사용하지 않아서 생긴 사단이다.

정의와 공정의 대가인 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는 1971년 ‘정의가 사회제도의 제1 덕목’이라고 주장한 <사회정의론>을 출간해 정의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가 한국에서 200만부 이상 팔린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에 목말라 하는 사회인가를 보여줬다.

정의나 공정을 이야기하면서 '능력주의(meritocracy)'를 빼고 말하기 어렵다. 여기에서 능력이란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결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사회는 지적 능력의 상대적 차이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시험에 낙방하거나 경쟁에서 패해서 사회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과연 능력 있는 사람일까? 부모의 재력이나 환경에 따라 사교육 등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 입시 준비 환경이 열악한 시골에서 자란 아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의 아이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교육이 기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악화시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능력주의의 극단 면을 보여주었다. 무한경쟁에 대한 적절한 준비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나 기업에게 능력주의는 재앙이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승자가 보여주는 오만함, 패자의 굴욕감과 소외감은 어떻게 보고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공정과 능력주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관점이다.

우리는 현재의 정권 하에서, 공정과 정의를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자기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범법자는 죄를 짓고도 빠져 나갈 궁리를 하고, 납세자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탈세를 꿈꾸며, 도둑이 매를 들기도 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를 목격하고 있다. 이것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교육의 기회 균등을 외치면서 자기 자식은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온갖 부정을 저지른다. 부동산 개발 업무를 하는 기관의 직원들은 한 발 먼저 얻은 정보를 이용해 개발 예정지의 토지를 산다. 공정함을 다루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권력을 이용해 부와 권력의 세습을 추구한다.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국민들이 정부나 공직자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대표적인 불공정 세대는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주장하지만, 정의롭게 행동하지 않는다. 적폐 청산과 개혁을 외치지만,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현실을 왜곡하며, 민주적 절차와 인류의 보편 가치나 시대정신을 무시한다.

법의 적용도 권력의 입맛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법치의 붕괴'를 가져왔다. 권력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보다 깨끗해야 하는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들이 권력과 직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들켜도 끝까지 변명으로 일관한다.

공정과 불공정의 문제는 결국 정치문제로 귀결된다.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대의 허구적인 이중성은 ‘선택적인 법치’가 횡행하는 사회로 변질시켰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제왕(帝王)적 대통령제의 부작용을 들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주장하지만, 이들이 권력의 중심에 있는 한 불공정과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 뻔해 보인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은 전체주의국가나 공산국가에서나 있는 위성 정당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민주주주의를 하는 나라보다는 사회주의나 독재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독재국가들과 같은 통치방식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모든 국민의 소망이다. 정부는 불공정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 기업에 경제적 자유를 줘야 한다. 법의 무분별한 제정이 아니라, 법의 질서를 세워서 누구나 질서에 승복할 수 있는 공정과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이 줄어들고, 미래의 반듯한 한국 100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공정과 상식의 회복에는 기득권층과 지성인들의 좀더 깊은 사색과 자성, 그리고 참여가 필요하다.

조평규 필자 주요 이력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단국대 석좌교수 △재중국한국인회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