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사진서 남아공 대통령 오려내고 "한국의 위상"...외교적 결례 논란

2021-06-14 15:32
정상 단체사진서 특정 국가 배제해 배포...외교적 논란

정부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기념사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잘라낸 사진. [사진=정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화면 갈무리] 


정부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기념사진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잘라내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에 도착해 단체사진을 촬영했고, 정부는 지난 13일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 페이스북 계정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에서 운영하는 공식 계정이다. 사진 아래에는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문구와 함께 "고난의 시간을 극복한 위대한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감격스럽다"라는 글귀를 새겨넣었다.

단체사진에는 문 대통령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 자리 잡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공개된 사진은 원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원본에는 가장 왼쪽에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위치해 있지만 게재된 사진에는 남아공 대통령이 잘려 있다. 

실제 원본과 가공된 사진을 비교해 보면, 두 번째 줄 맨 왼쪽에 있던 스가 총리는 더욱 구석으로 몰리고 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가운데에 있는 듯한 구도가 연출된다. 문 대통령이 조금 더 중심에 서 있는 듯한 구도로 보이기 위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의 단체사진에서 특정 국가 정부 수반을 잘라내어 배포하는 행위는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해당 사진은 정부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의 페이스북에도 사용됐다. 

박 수석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시릴 라마포마 남아공 대통령이 잘린 사진을 올리고 "G7 정상회의 초청국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며 "G7 정상들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고, 우리 후세 대통령의 자리는 더 영광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날 오전 사진을 원본대로 수정하고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수정되었다"며 "콘텐츠 제작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12일(현지시간) 양자 회담장이 마련된 콘월의 카비스베이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