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센트 워라밸 선언...中 IT기업 '996문화' 바뀔까

2021-06-13 15:26
"직원들의 워라밸 위해 주2일 휴무 의무적 보장"
SNS서 뜨거운 논쟁...기대감 속 회의적 의견도

텐센트 [사진=시각중국]
 

최근 중국 누리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회사가 있다. 바로 중국 대표 정보통신(IT)·게임 기업 텐센트(騰迅·텅쉰) 산하 라이트스피드 앤드 퀀텀스튜디오다. 라이트스피드 앤드 퀀텀스튜디오는 직원들의 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을 위해 오는 14일부터 의무적으로 주 2일 휴무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수당 없는 장시간 초과 근무가 일상화돼 있는 중국 IT기업으로선 '파격'적인 조치다. 텐센트를 시작으로 중국 IT기업의 근무 환경이 바뀔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13일 중국 증권매체 증권시보에 따르면 라이트스피드 앤드 퀀텀스튜디오가 지난 11일 사내 공지를 통해 "오는 14일부터 새로운 야근 관리 규정을 마련했다"면서 '건강의 날'로 지정된 매주 수요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근무일에는 늦어도 오후 9시 전에 퇴근하도록 정했다. 또 주말과 공휴일에도 직원이 일하지 않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부득이하게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상급자에게 미리 신청해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회사 측은 증권시보에 "애초 회사는 매주 수요일을 건강의 날로 지정해 오후 6시에 무조건 퇴근하도록 했다"면서 "이번 정책도 일과 휴식의 균형을 찾아 업무 효율을 높이고 직원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려는 것"이라고 규정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업무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주 44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고속성장 중인 중국의 IT기업들 사이에서는 '996문화'가 일상화돼 있다. 

'996문화'는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중국 벤처기업의 문화다. 이와 같이 일할 경우,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72시간에 달한다. 징둥(京東), 화웨이, 샤오미(小米) 등 중국 대표 인터넷기업들의 직원들이 창립 초창기에 자발적으로 장시간 근무한 데서 나온 문화다.

올해 초 IT업계 종사자들의 업무 스트레스 호소와 직원들의 과로사 등 장시간 노동에 따른 폐해가 잇따르면서 과로사회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중국 IT기업들의 '996문화'에 대한 비판 속에 이런 규정이 공개되자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관련 해시태그가 연일 핫이슈 순위에 올랐다. 

많은 누리꾼은 만약 규정대로 시행된다면 라이트스피드 앤드 퀀텀스튜디오의 직원들은 주당 40시간만 일하면 된다면서 텐센트를 시작으로 중국 IT기업의 996문화가 바뀌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회의적인 목소리도 공존한다. 일각에선 규정이 효과적으로 시행될지 의문이라면서 저녁 9시 이후부터는 집에서 일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2008년에 설립된 라이트스피드 앤드 퀀텀 스튜디오는 텐센트 모바일게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중국명 화평정영)'을 크래프톤 펍지스튜디오와 공동 개발한 게임 개발사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