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손보, 이르면 연내 출범…보험권 메기 될까
2021-06-11 06:30
빅테크 업체 첫 보험업 진출…카카오톡 등 대형 플랫폼 기반 영업력 확대 가능
장기보험 진출 어려워…자동차보험 등 수익성 낮은 상품 판매 한계
장기보험 진출 어려워…자동차보험 등 수익성 낮은 상품 판매 한계
◆첫 빅테크 손보사 출범 초읽기··· 보험업권 긴장
금융위는 지난 9일 제11차 정례회의에서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신청한 카카오손보 예비허가를 의결했다. 카카오손보는 6개월 이내에 허가요건인 자본금 출자와 인력 채용 및 물적설비 구축 등을 이행한 후 금융회에 본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은행권의 플랫폼 경쟁이 지각변동을 일으킨 만큼, 보험업권에서도 카카오손보가 대형 플랫폼을 무기로 보험시장을 재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무기로 대형 시중은행보다 이용자를 크게 늘렸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 이용자 수는 1600만명에 달한다. 이는 1000만~1200만명대인 기존 시중은행보다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를 거쳐 이체된 금액은 79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0% 급성장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은행이 된 셈이다.
카카오손보 역시 카카오톡 등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 안착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대면 가입이 수월한 자동차보험과 여행자보험, 휴대폰파손보험 등 단기 소액상품을 우선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손보사들이 가장 긴장하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보험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다이렉트(비대면) 보험시장에서 카카오손보의 추격이 거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렉트 보험시장은 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다이렉트채널 비중이 40%를 웃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카카오손보가 카카오그룹의 디지털 기술 및 플랫폼과 연계한 보험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보험산업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보험사 입장에서는 카카오손보 출범이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다이렉트채널 비중이 높은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카카오손보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익성 높은 장기보험 진입 장벽 높아
다만, 카카오손보 출범이 보험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이렉트 보험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보험시장은 여전히 80% 이상이 대면영업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보업계의 대면채널 의존도는 8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들의 총 수입보험료는 101조307억원이다. 이 중 다이렉트채널인 CM채널의 수입보험료는 5조6334억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 대비 비중이 5.5%에 불과하다. 반면, 설계사 등 대면채널 비중은 87%(87조9824억원)에 달한다. 대면 채널 비중은 2017년 88.9%, 2018년 89.1%, 2019년 88.5%였다.
다이렉트채널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수익성도 떨어진다. 자동차보험과 휴대폰파손보험, 여행자보험 등 보험료가 적고, 단기성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 중 자동차보험의 경우 최근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2017년 266억원 흑자를 낸 뒤, 2018년과 2019년 각각 7237억원, 1조64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보험료 인상에도 3799억원의 손실을 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등 다이렉트채널 의존도가 높은 상품의 경우 카카오손보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지만, 이들 상품의 경우 수익을 확보하기보다는 보험료가 큰 종신보험 등의 가입을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이라며 "카카오손보가 다이렉트 전용상품만으로는 보험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