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조vs291조'...​바이든 '인프라 법안' 발의 놓고 여야 견해차 심각

2021-06-07 15:15
2개월간 협상에도 간극 극심...백악관, 3번이나 최후통첩
美민주당, 9일 하원에서부터 단독 실력 행사 돌입하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임기 초반 성패를 좌우할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 법안'이 본격적으로 의회의 심사 과정에 돌입한다. 하지만, 투자 규모를 놓고 여야의 심각한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공화당을 상대로 '한없이 협상만 할 수 없다'며 최후통첩을 재차 보냈다. 

6일(현지시간)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N과의 대담에서 "대통령은 여전히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인프라 법안을 마련하는 것에 희망적인 입장"이라면서도 "인프라 계획(의 법제화)은 곧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랜홈 장관은 백악관과의 협상에서 구체적인 협상 시한이나 별다른 대안도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공화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법안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부분에서조차 더 움직이지 않고 있는 공화당 측이 조금은 당황스럽다"면서 "대통령이 용납하지 않는 지점(레드라인·Red Line)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곧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양당이 인프라 법안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더라도 백악관과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회에서 입법 과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사진=CNN 갈무리]


같은 날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 역시 ABC에 출연해 "양당 협상의 고정적인 마감 시한은 없다"면서도 "협상을 영원히 하진 않을 것"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그는 "입법 과정은 과학보단 예술에 가깝다"면서 "지금은 양측 모두 선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에, 우리는 초당적 합의를 얻으려 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당적 협상에 여지가 남아 있다고 강조한 러만도 장관은 그랜홈 장관의 강도 높은 비판으로 정치권에 긴장감이 돌자 이를 일부 완화하는 한편, '무한정 협상만 하진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넌지시 보인 것이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는 3명의 장관이 나서서 야당인 공화당에 3번의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초의 경고는 지난달 30일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을 통해서다. 당시 부티지지 장관은 CNN에서 "협상은 유익했지만,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며 그 과정을 영원히 이어갈 순 없다"면서 "공화당은 일주일 후인 오는 6월 7일 의회에 돌아올 때까진 합의를 향한 '명확한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티지지 장관은 6일 CBS에서 인프라 법안에 대해 "초당적 입법을 선호한다"면서도 여전히 지출 규모와 범위에서 공화당과의 간극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4일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측의 협상 대표인 쉘리 무어 카피토 상원의원과 백악관에서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날 공화당은 종전의 2570억 달러 규모의 당론에서 50억 달러(2620억 달러·약 291조원) 만을 높였을 뿐이다.

당초 2조2500억 달러 수준인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 Job Plan)' 원안을 감안한다면, 백악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규모일 수밖에 없다.

최소 1조 달러 이상의 협상안을 바라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해당 제안을 거부하고, 앞서 제시했던 미국 일자리 계획의 지출 규모를 1조7000억 달러(약 1890조원)로 줄이는 합의안을 재차 촉구했다.

카피토 의원은 7일 중 다시 백악관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오는 9일 미국 하원의 주택·교통·인프라위원회는 본회의 발의 전 미국 일자리 계획법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법안 작성을 마무리하는 심사 일정을 예정한 상태다. 따라서 향후 이틀 동안 양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9일 일정부터 단독 실력 행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번 협상 결과에서 야당인 공화당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할 경우, 자칫 임기 중·후반부의 국정 운영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자리 계획의 입법 성패 여부는 뒤이어 진행될 2차 인프라 투자법(미국 가족 계획·America Families Plan·1조7000억 달러) 입법 과정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총 4조 달러에 육박하는 2개의 인프라 투자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의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예산안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 실패의 의미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단순히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3년의 잔여임기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프라 투자 계획의 입법 실패는 향후 1년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손발이 묶인다는 의미인데, 이는 다시 2022년 의회 중간선거 패배와 상·하원 과반 상실까지 이어지면서 국정 운영 동력을 심각하게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