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밈(Meme) 주식 폭등'...해프닝인가, 시대적 변화인가?
2021-06-04 07:00
“우리가 무의식 중에 남을 모방한다는 것, 특히 부모나 유사 부모의 역할을 맡은 사람 또는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을 많이 모방한다는 것은 아주 친숙한 사실이다. (중략) 우리는 언어, 사상, 신념, 태도, 유행의 전달에서 유전자(gene)의 역할을 맡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개체라는 것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 내가 1976년에 ‘밈’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뒤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에 상응하는 그 가설적 개체를 밈이라고 부르고 있다.”
갈수록 “저 사람은 ‘관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시바견 이미지와 함께 뭐라도 한 마디 올리면, ‘장난 삼아’ 만들었고 앞으로도 무한정 만들어진다는 도지코인(Dogecoin) 가격이 하루에 두 배로 뛰거나 몇 시간 만에 반 토막이 되는 현상에서도 우리는 ‘밈’이라는 용어를 듣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1월 하순에 시장을 뒤흔들었던 ‘게임 스톱 사태’가 최근 다시 월가를 휘몰아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공매도를 통해 헤지펀드나 기관들이 자기들보다 힘(여기에서는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정보 획득 차원에서의 우위라고 볼 수 있다)이 약한 세력,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그러나 SNS 커뮤니티 ‘레딧(reddit)’ 내의 ‘월스트리트 베츠(Wallstreet bets)’라는 대화방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꾼’들과 ‘개미’들이 결집된 매수세로 주가를 급등시켜 공매도 세력의 쇼트 스퀴즈를 촉발하고, 그러한 공매도 포지션의 청산 과정에서 주가는 비상식적인 폭등의 양상을 띠게 되는 현상에서도 우리는 ‘밈 주식’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종목은 딱히 코로나 시국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의 실적이나 향후 전망이 그리 긍정적일 수 없는 ‘AMC 엔터테인먼트’이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평가도 다양하다. 혁명적이라는 수식어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인터넷의 개발’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급격히 줄였고, 여기에 인간의 이기심과 복잡미묘한 감정의 전개가 '돈은 넘치는데 그 돈을 딱히 묻어둘 곳이 마땅치 않은'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지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밈 주식 폭등(이후 급락)’이 단발성이 아니라 이제는 계절 따라 찾아오는 태풍처럼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 소동(?)의 와중에 누군가는 큰돈을 벌고 누군가는 크게 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진정한 의미의 부가가치는 없다는 점이다. 세상이 좀 더 생산적이고 건전한 이슈로 떠들썩해지는 시기가 빨리 도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