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잡겠다더니…매매·전세 다 오른다

2021-06-03 14:11
서울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 9억9585만…2년 사이 3억↑
서울의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0.04%→0.06%로 상승폭 확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서울 집값이 매매·전세 할 것 없이 오르면서 서민 주거 불안정이 심해지고 있다. 서울 중소형 아파트값은 평균 10억원에 바짝 다가섰고, 전세도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단지 이주와 맞물려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5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85만원을 기록했다. 2년 전보다 3억84만원 오른 수치다.

이 조사에서 중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를 말한다. 대부분 방 3개를 갖추고 있어 신혼부부부터 3∼4인 가구까지 선호하는 인기 면적이다.

최근 2년간 중소형 아파트값은 상승률(43.4%) 기준으로 모든 면적 중 가장 크게 뛰었다. 소형(42.0%), 중형(39.3%), 중대형(37.4%), 대형(25.0%)이 뒤를 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소득·전문직 맞벌이 부부가 감당하기에도 버거운 수준으로 서울 집값이 치솟고 있고,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집값도 따라 오르며 중산층·서민의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가 신혼부부 특공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책 사각지대가 없는지 점검하고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살이도 힘들어진 건 마찬가지다.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동작구의 전세 매물은 641건으로, 한 달 전(803건)에 비해 20% 줄어 서울에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용산구가 453건에서 370건으로 18.4%, 은평구가 766건에서 626건으로 18.3% 떨어지며 뒤를 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작구 동작동 '이수힐스테이트' 전용면적 141㎡는 지난달 4일 15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으며 동작구에서 가장 높은 전셋값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11억원에 체결된 마지막 계약보다 4억원 오른 금액이다.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전용 120㎡는 지난달 5일 보증금 12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며, 대방동 '대방대림' 전용 85㎡는 지난달 24일 4월 초보다 5억원 가까이 뛴 10억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세 매물은 일찌감치 씨가 마른 모습이다. 네이버부동산 등에 따르면 1073가구 규모의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의 전세물건은 현재 9건에 불과하다. 655가구 규모의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1차'의 경우, 소형은 매물이 없고 중대형 면적만 2건이 올라와 있다.

반포 재건축 이슈와 맞물려 서초구도 뚜렷한 '전세 가뭄'을 보이고 있다.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은 지난달 65건에서 이날 22건으로 60% 급감하며 서울에서 전세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아파트에 올랐다. 2444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도 단지 전체의 전세 매물은 4건에 불과하다.

이 추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5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0.04%에서 0.06%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 가운데 서초구는 전주보다 0.10% 포인트 오른 0.26%로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동작구도 0.10%로 전주보다 0.04% 포인트 급등했다. 부동산원은 정비사업 영향 등으로 서초구가 올랐으며, 동작구는 이주 수요가 있는 노량진·흑석동 위주로 올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