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잔혹사] 대웅 vs 메디톡스, 갈등의 전말은?

2021-06-02 08:00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균주 출처를 놓고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보톡스 잔혹사'가 국내 소송을 중심으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했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자사의 균주를 도용한 제품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보타가 출시된 2014년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2016년부터 민·형사 소송이 본격화하면서 공방전이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 ITC 예비판결·3자 합의로 분쟁 1막 일단락?

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보툴리눔 균주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갈등이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각각 2006년, 2014년 출시됐다. 메디톡스는 2014년 대웅제약의 '나보타' 출시 이후인 2014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의혹을 주장했다. 2016년부터 국내에서 관련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며 갈등이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양사의 갈등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 이후 더욱 치열해졌다.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자, 메디톡스와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이 나보타(미국명 주보) FDA 허가에 대해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ITC는 해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한 제품이 미국에 수입돼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조사하고, 실질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기관이다.

이후 지난해 7월 이뤄진 ITC 예비판결 결과, 메디톡스가 일단 승소한 것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ITC는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판결에 따라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10년 동안 미국에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권고됐다.

메디톡스는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 균주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 특징적인 DNA 지문인 6개의 독특한 단일염기다형성(SNP, 염기서열 중 하나의 염기의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화 또는 변이)을 공유한다고 밝혀진 것을 들어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결정문이 인용한 카임 박사의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통되는 6개의 SNP 염기서열이 알려진 다른 모든 보툴리눔 균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오직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만 공유하는 유전자 변이라고 했다. 만일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라면, 약 370만개의 염기로 구성된 균주의 DNA 염기서열 중 정확히 동일한 6개 위치에서, 다른 보툴리눔 균주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SNP가 독립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ITC 예비판결에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대웅제약 측은 "결정문 분석 결과 ITC 행정판사가 특정할 수 있는 절취 행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했다"며 "중대한 오류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ITC는 대웅제약의 이의제기에 따라 최종판결을 연기했다.

최종판결에선 예비판결과는 다소 다른 결론이 나왔다.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수입 금지 기간을 당초 10년에서 21개월로 축소한 최종판결을 내렸다. 업계에선 수입 금지 기간이 10년에서 21개월로 대폭 줄면서 대웅제약이 예비판결을 사실상 뒤집고 승소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메디톡스 측이 ITC 최종판결에 대해 항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