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맞닥뜨린 중국 '세 자녀' 허용했지만...
2021-06-01 15:19
부정적인 여론 확산...연일 웨이보 상위권
전문가 "출산율 높이려면 후속조치 뒷받침돼야"
전문가 "출산율 높이려면 후속조치 뒷받침돼야"
중국인 왕모씨가 최근 기자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한 말이다. 왕 씨는 "출산 장려 정책이 없는 중국에서 한낱 월급쟁이가 세 명의 아이를 키우고, 양가 부모 네 명을 수발하기는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모씨 역시 "사실 출산은 정책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인프라, 교육, 사회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여건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 중국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세 자녀 정책을 시행해도 자녀를 키우기 힘든 사회이면 자녀 1명도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 자녀 정책' 부정적인 여론 확산...웨이보 연일 핫이슈 순위 올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31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한 쌍의 부부가 자녀를 3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와 관련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부가 세 명까지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산아제한 정책의 사실상 폐지를 의미한다. 이는 35년간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을 접고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한 지 5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세 자녀 정책 시행에 적극 나선다고 했다. 위건위는 결혼, 출산, 육아, 교육을 함께 고려해 결혼 적령기 청년들의 결혼관 강화, 육아 서비스 체계 발전, 양질의 교육 자원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밝혔다. 또 출산 휴가, 출산 보험 제도도 함께 보완한다고 했다.
홍콩명보는 신화통신이 관련 소식을 전한 지 2시간 만에 20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는데 부정적인 반응은 빠르게 차단됐다면서 이번 정책에 대한 중국 누리꾼의 관심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출산율 높이려면 후속 조치 뒷받침돼야"
전문가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1일 중국 현지 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루제화 중국인구학회 부회장은 중국 당국이 세 자녀 정책을 시행해도 새로운 '출산 붐'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2016년 두 자녀까지 출산을 허용했을 때도 출산율 증가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한 2016년 출생자 수는 1700만명까지 증가했지만 출산 고조기 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루 부회장은 "오히려 이듬 해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며 "중국의 출생자 수가 연간 약 16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200만명도 늘어나지 않은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출산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출산 장려나 육아 지원 등 후속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위안신 난카이대학 경제학원 인구발전연구소 교수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관련 법이 선행돼야 하고, 탁아, 교육, 양로 등 관련 서비스를 구축해야 하며,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단 항셍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급등하는 집값과 생활비, 교육비, 여성의 경제활동 보호 장치 부족은 출산하는 데 경제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세제도를 개편해 정부 보조금을 마련하고, 가임기 여성을 고용할 인센티브를 기업에 제공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두펑 인민대 사회인구학원 교수도 글로벌타임스에 "단순히 세 자녀 정책 시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육원 확대, 교육 평등, 사회자원 배분, 노인고용 문제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