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사이드] 농사는 누가 짓나요?
2021-06-01 09:43
농번기에는 농사일이 워낙 바빠 초등학생의 손이라도 빌려야 했다. 아기 돌보기, 소 풀 먹이기, 모심는데 줄잡기, 벼 베기 할 때는 볏단 나르기 등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일손이 부족한 시골에서 의외로 많았고 또, 훌륭한 한 명의 일꾼이기도 했다.
농번기에는 가정실습 기간이 아니라 하더라도 농사일을 돕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학교를 빠지는 아이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90년대 2000년대를 지나며 우리 농업은 급속히 기계화가 이루어졌다. 옛날 같으면 일일이 손으로 줄을 띄우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루 종일 해야 겨우 끝마칠 수 있었던 모심기는 이제 이앙기 한 대만 있으면 혼자서도 한두 시간이면 해낼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기계화가 됐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다. 기계화가 되면서 실제로 농업인이 할 일은 줄어든 반면에 돈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벼농사를 예로 들어 보자. 옛날처럼 모내기하기 전 집에서 키우던 소에 쟁기를 채워 써래질을 하던 작업이 이제는 트랙터가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고 논농사 조금 짓는 시골집마다 트랙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트랙터로 일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일을 맡겨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트랙터 일을 해주는 사람들은 한정이 되어 있고 농사일을 신청하는 농민들이 많다 보니 이것도 제때 내 입맛에 맞는 날에 일을 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비단 모내기뿐이 아니다.
논에 비료나 농약을 하려고 해도 요즘은 드론으로 농약을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추수 때도 콤바인을 이용해 벼 베기 작업을 하니 벼농사는 이제 거의 90% 이상이 기계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농업인들이 대부분 고령인 점을 생각해 보면 벼농사는 돈 주고 농사를 대행하는 형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고령 농업인들이 농기계를 다루기도 안전상의 문제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14~2018년) 발생한 농기계 사고는 총 6981건으로, 이 중 60대 이상 작업자의 사고가 67%로 고령농업인의 농기계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는 수치이다.
이제 농촌 지역에 보편화되어 있는 농기계 임대 사업을 과감히 농작업 대행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농작업 대행사업이야말로 농촌의 고질적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 농업인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농작업 대행사업이 자리를 잡게 된다면 고령 농업인과 청년 농업인이 상생하는 이상적 농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