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발표하며 조여 왔던 대출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LTV 우대 폭을 늘려도 대출한도가 4억원으로 정해져 있어 오히려 중·저가 주택 수요를 늘려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31일 금융위원회는 무주택자 LTV 우대 폭을 10%에서 20%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최대 LTV 70%을 적용 받을 수 있고 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를 최대 60%까지 적용 받을 수 있다. 또 주택기준도 상향해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최대 9억원대 주택, 조정대상지역은 최대 8억원대 주택까지 적용되게 했다.

단 대출 최대한도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4억원으로 정했다. 오는 7월 적용될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고려한 것이다. 이날 금융위 발표 내용은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내용과 같다. 

이번 대책에 따라 시세 6억8000만원 아파트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6억원까지는 LTV 60%(3억6000만원), 초과분 8000만원에 대해서는 50%(4000만원)를 적용받아 4억원(6억원 대비 LTV 58.8%)을 대출받을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6억8000만원일때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으면서 LTV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종전에 받을 수 있는 금액과 비교할 때 가장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 LTV 40%를 적용했던 종전(2억7200만원)보다 대출규모가 1억2800만원 늘었다.

반면 6억8000만원부터 9억원까지는 모두 4억원을 한도로 동일하게 대출 받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오를수록 적용되는 LTV가 작아진다. 결국 9억아파트 대출은 LTV 44%까지로 제한되고 종전보다 대출이 4000만원 늘어나는 것에 그치며 매입을 위해서는 현금 5억원이 필요하게 돼 실효성이 줄어든다.

이렇듯 아파트 가격이 비싸질 수록 실질적인 대출금액이 줄기 때문에 대출이 비교적 많이 나오는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이달 1분위(하위20%) 평균 아파트 가격은 5억2124만원이었으며 2분위(하위40%)는 8억1201만원을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무주택 세대주에 대한 규제지역의 여신규제 완화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중·저가 지역의 최고가 경신이 지속하고 있는 경기,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지를 중심으로 실수요자 유입이 이어지며 중·저가 지역들의 가격강세가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대출이 완화되면 수요증가로 인해 중·저가 아파트가 가격이 갭(차이)을 메우는 형태로 상승하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