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된 여당發 '일본 때리기'...한·일 관계 또 악재
2021-05-31 11:51
정세균 "나쁜 사람들"·이낙연 "보이콧 등 동원"
외교가에서는 '여당발(發) 일본 때리기'가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해왔지만, 불쑥 튀어나온 여권발 대일 강경 기조에 난처해진 모양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재개된 일본 비판에는 여당 대권 주자들이 선봉에 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지난 29일 충남 지역 시도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일본을 향해 "저놈들", "나쁜 사람들"이라고 힐난의 목소리를 냈다.
정 전 총리는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최근 공식 홈페이지 상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데 대해 "독도를 저놈들이 빼앗아 가려고 하는 짓은 절대 용납 못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는 지도를 게시했는데, 시마네(島根)현 북쪽 해상 독도 위치에 작은 점을 찍어 논란이 됐다. 독도가 자국 땅인 것처럼 표시해놓은 셈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일본의 올림픽 지도 독도 표기는 대한민국에 대한 일본의 명백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한국 선수들의 도쿄올림픽 참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국의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한 셈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보다 앞선 지난 27일 "일본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박용진 의원도 30일 "독도 표기는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행위이자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위"라면서 보이콧을 비롯한 다양한 대응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후 민주당은 당 차원의 논평을 내고 일본에 "올림픽을 이용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부리려는 행위는 결코 묵과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민주당과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여당 의원들의 대일 기조가 험악해지며 한·일 갈등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진다.
일제강점기 징용·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 등으로 그간 꽉 막혔던 한·일 관계는 최근에서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간 회담이 열리며 최소한의 진전을 보였다.
이마저도 일본 측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중재로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대통령 역시 내달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회담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제기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 목소리까지 나오며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할 여지를 낳은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가능한 최대로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