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교장들 "조희연 항소취하 안하면 퇴진 운동"

2021-05-28 15:55
서울 8개 자사고 모두 지위 유지
서울시교육청, 전패에 항소 진행
교장단 "행정력 남용·혈세 낭비"

서울 8개 자사고 교장단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자사고 지위 유지 판결'에 따른 서울시교육청 항소 취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서울 8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교장들이 서울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위 유지 판결에 따른 항소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경희고.한대부고 1심 승소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이날 학교법인 경희학원(경희고)과 한양학원(한대부고)이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 불복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이로써 자사고 8곳이 모두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와 법정 공방에서 전패했다.

자사고 교장들은 "(서울시교육청 항소는) 정당한 사법부 판결에 대한 불복일 뿐 아니라 교육에 힘써야 할 교육청이 행정력을 남용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교육감이 본인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항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2019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학생·학부모·교사·동문이 연합한 교육감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8개 자사고와 1심 소송에 총 1억2000여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 비용도 이에 상응할 전망이다.

고진영 배재고 교장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잇단 패소에도 항소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이유가 '거친 풍랑 속에서 목표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며 "학생과 학교를 생각한다면 거친 풍랑 속에 몰아넣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2019년 7월 서울시교육청이 운영성과 평가 점수 미달을 이유로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중앙고·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하고, 교육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제기됐다.

앞서 세화고·배재고, 신일고·숭문고가 각각 지난 2월과 3월 1심에서 승소했다. 이달 14일에는 이대부고·중앙고가 승소를 알렸다. 서울은 아니지만 부산 해운대고도 지난해 12월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 소송에서 이겼다. 경기 안산 동산고는 다음 달 17일 1심 선고가 예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판결이 나올 때마다 모두 항소했다. 이날도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다만 학교 부담과 소송 효율성을 고려해 법원에 사건 병합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현재 진행 중인 자사고 소송과는 별개로 '학교 유형 다양화'에서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로 정책 전환을 이루어 고교교육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사고는 오는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에 자사고·국제고 등 24개 학교법인이 일반고 전환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언제 판결이 날지 미지수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는 "헌법소원은 보통 3~4년 걸리기 때문에 미뤄지다 보면 2025년까지 판결이 안 날 수도 있다"며 "자사고는 사학 원형인데 이를 평준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