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미뤄진 '강제징용 재판' 내달 1심 선고된다…법원, 28일 첫 기일에 결심

2021-05-28 14:27
재판부 "이미 충분히 논의됐다" vs 일본기업 측 "아직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아"

6년 만에 열린 일본 기업 16곳 상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서울=연합뉴스) = 일제에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송을 낸 당사자들이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제징용 소송'의 결론이 6년만에 나온다.  28일 소장 접수 후 6년 만에 열린 '강제징용 소송' 첫 재판에서 법원은 '오는 6월 10일 오후 1시 30분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기업(피고) 측 변호인들은 다퉈야할 사항이 아직 많다며 재판 연기를 연이어 촉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28일 오전 11시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스미세키, 닛산화학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국내에서 다수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실제 재판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분 동안 진행된 이번 재판의 쟁점은 '선고 기일'에 관한 것이었다. 재판장은 재판 서두에서 "(강제징용 소송은) 저희 부에서 가장 오래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오래됐고 하고, 서면들도 다 송달됐다. 지금까지 제출된 사항 싹 다 진술하고, 서증 싹 다 진술한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원고와 피고가 주장한 내용들을 모두 법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인정하고 재판을 마무리 짓자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날 결심을 마치고 6월 11일에 선고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장의 신속한 재판진행에 일본기업 측 기업들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피고측(일본 전범기업)변호인들은 "첫 기일에 결심까지 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의 자격 증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재판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재판장은 이 사안이 장기간 충분히 논의 됐다는 점을 들어 추가기일을 잡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원고 측의 추가 자료 제출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는 "국가기록원에서 보관한 조사 결과가 있다. 기존에 자료를 제출했지만, 더 필요하다면 다른 자료를 추가 제출하겠다"고 말했지만, 재판장은 "이미 대법원을 두 번 갔다 온 문제"이고 "법률 문제나 사실 관계가 논의돼 있다"고 일축했다.

다만 "이 사건은 6년이나 됐다. 특별히 그런 부분 대해서 더 후견적 기능을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2015년 처음으로 소송이 제기된 후 원고 측 변호인은 지금까지 두 번 바뀌었고, 지금의 소송대리인은 3번째다. 이에 대해 일본 측 변호인들은 현재 원고 측 변호인에게 원고들이 소송을 위임했다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재판의 원고는 총 85명으로, 등본이나 주민등록증 등 위임장의 증거가 제출된 것은 35명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에 답변하는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 회장[사진=안동현 기자]


이러한 피고 측의 '재판 지연' 전략에 대해, 원고 측인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회 대표는 "6, 7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계속해서 소장을 번역하고 관련 서류를 내는데도 그쪽(일본기업)에서는 대응을 한 번도 안하고, 법정에 온 적도 서류낸 적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일본 측 변호인들이) 이번에 처음 저렇게 떠들어 대고 있다"며 "6년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피고 측이 선고를 연기해달라, 뭘 검토해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정 안에서는 일본기업 측 소송대리인(변호사)에 대한 방청객들의 날선 발언이 가감없이 터져 나왔다. 개정 전 10명 이상의 일본기업 측 변호인들이 법정 한쪽을 채우기 시작하자, 몇몇 방청객은 "일본 돈 받아먹는 매국노", "모가지를 쳐야지"라고 말하는 등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피고 측 변호인들은 한국 변호사들로, 김앤장, 법무법인 유한 태평양, 광장에서 변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끝나고 몇몇 방청객들은 고성을 지르며 변호인들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본기업 측 변호인들에게 직접 다가가기도 하며, "여러분은 일본의 앞잡이" "돈이면 다 됩니까" "한국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냐" "변호사는 조상도 없냐"라는 등의 격한 비난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