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이건희 회장 기증품 합해 국립근대미술관 설립해야”

2021-05-27 17:49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발족

윗줄 왼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가운뎃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내 작품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아랫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외 작품인 호안 미로의 '구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술계가 ‘이건희 컬렉션’을 보여주는 ‘이건희 미술관’이 아니라 기증 작품을 포함한 근대미술품을 모은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작품을 전시할 미술관 신설이 검토되는 가운데 미술계 인사 약 380명이 참여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27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발족식과 세미나를 열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 정체성 형성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시기인 근대의 정신과 물질을 상징하는 국립근대미술관의 존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때마침 근대의 위대한 유산 1000여점이 포함된 이건희 소장품의 국가 기증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근대기 소장 작품과 이건희 기증품의 근대기 해당 작품을 합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한다면 오랫동안 그늘 속에 버려져 왔던 근대의 영혼과 감성, 그리고 고통을 극복해 온 근대의 역사가 장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과 조은정 고려대 초빙교수, 홍재승 홍익대 겸임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조 교수는 ‘한국근대미술의 기점논의’에 대해 정 전 실장은 ‘국립근대미술관의 설립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발표했다.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설계한 홍재승 건축가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활용한 국립근대미술관 건축 방안을 제시했다.

이건희 회장 유족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이 중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 등 1488점이 기증됐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 이후 정부가 미술관 신설을 검토하자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각계 의견을 모아 오는 6월 중순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한 미술관 신설을 위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