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수술실 CCTV’ 국회 공청회…시민단체 “환자 신뢰 회복”, 의료계 “인권침해”

2021-05-27 00:00
의료인 보호 위해 응급실에 CCTV 설치…환자 보호 위한 수술실 안된다는 것은 '모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 주최로 26일 국회에서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CCTV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유령‧대리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범죄가 곳곳에서 벌어지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의료계 반대로 인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 시민단체는 ‘환자 신뢰 회복’을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를 강하게 주장했으나, 의료계에서는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전신마취해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범죄행위에 참여한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에 내부자 제보도 거의 불가능하다. 은폐성 대리수술 외에도 성범죄 조직적 은폐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CCTV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설문조사에 따르면 90% 국민이 찬성하고, 인권위에서도 필요하다고 국회의장에게 소명했다”며 “의사단체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해 수술에 집중을 못하고 노출 등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하고 있지만, 응급실의 경우 의사와 환자의 안전을 위해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수술실만 안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수술실만 안된다는 어떤 주장도 동의할 수 없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추락한 의사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사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반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익보다도 더 많은 것을 잃을 우려가 있다”며 “득실을 고려할 때 득이 많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수술실 사고‧범죄 등은) 극히 발생률이 낮다. 0.001%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이사는 “의료선진국인 해외 사례도 보면 유럽은 CCTV 논의 자체가 없으며, 미국도 1개 주에서 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며 “선진국에서 CCTV를 강제화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하면 적절성에 의문이 든다. 언제든 나와서 쉽게 이직할 수 있는 (의료계) 환경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료의 시선이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논점은 신체 노출에 대한 인권 침해 부분”이라며 “식별이 가능할 정도의 해상도라면 신체노출을 피할 수 없다. 화제성 때문에 보안과 영상노출 시 대처가 세밀히 진행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CCTV 설치에 좀 더 힘을 실으며 의료계 내부에서 자정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계는) CCTV 설치가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며 “연간 수술 건수가 200만건 정도 되는데 대리수술 적발이 116건이라는 통계가 있다. 사회적 파장이 있는 것이 0.001%라고 했지만, %의 문제가 아니라 단 한 건이라도 생명이 위협받거나 사망한다면 가족에게는 큰일”이라고 밝혔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이라는 것이 정치적‧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제 기준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연간 총 수술건수에 비해 대리수술 적발이 미미하다고 했는데, 문제된 대리수술이 적발된 것은 내부자 제보라 자정노력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근데 그 말을 뒤집어보면 결국 제보 아니면 적발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열 받아도 갑을 고발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인지 알지 않느냐”며 “공익 제보하는 순간 그 사회로 못 돌아간다. 공익 고발자가 되면 그 사람이 그 영역에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도 “의료계에선 소수 의료인에 의해 대리수술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료계는 무조건 반대할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명확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김남국‧안규백‧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복지위는 이날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법안 처리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