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돼지고기 가격 급감 이유는 ‘비만돼지’

2021-05-26 15:53
중국 생돈 가격 연초 대비 45% 급감
돼지 생산 능력 회복과 재고량 증가 때문
블룸버그는 고의로 살찌운 비만 돼지 언급

[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내 돼지고기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 연초 대비 생돈 가격이 45% 가까이 떨어졌을 정도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후, 돼지고기 생산 능력이 빠르게 회복된 데다가, 재고량도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축산업계에서 고의로 살을 찌운 ‘비만 돼지’들이 돼지고기 값 하락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中 5월 돼지고기 소매가 전월比 8% 내려... 공급 늘고 수요 준 까닭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물가 모니터링 통계를 인용해 19일 기준 국내 생돈 가격이 kg당 20.43위안으로 일주일 대비 5.21%나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4월 말에 비해서는 16% 하락한 것이고, 연초 대비로는 44% 하락한 것이다.

돼지고기 소매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21일 기준 36개 주요 도시에서 돼지고기 1kg당 평균가격은 21.26위안으로 전달에 비해 8% 내렸고, 연초에 비해서는 27% 내렸다. 신화통신은 이는 15주 연속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한 것이라며, 지난해 꾸준히 상승하던 돼지고기 가격이 올 들어 하락하고 있는 이유를 공급 측면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종돈(번식용 씨돼지)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으며, 전월 대비로는 1.1% 늘었다. 이는 ASF 사태 이전인 2017년 말의 97%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돼지고기 소비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든 점도 돼지고기 하락 요인으로 꼽혔다. 신화통신은 “재고량의 꾸준한 회복과 수요 감소로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노리고 두배로 살찌운 비만 돼지···하락세 부추겼다"
그러나 이날 블룸버그는 중국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세를 더 가파르게 만든 원인으로 ‘비만 돼지’를 지목했다.

비만 돼지는 말 그대로 정상 무게보다 훨씬 무게가 많이 나가는 돼지를 뜻한다. 중국 돼지 사육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고의로 돼지의 무게를 2배로 늘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생돈 가격이 반등할 상황에 대비해 돼지 무게를 '작은 하마' 수준까지 늘렸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산시성의 한 돼지 수출업자인 차오타오씨는 “최근 구매하고 있는 돼지들 중 대부분은 무게가 200kg이 넘는데, 이 돼지들은 크기로 봤을 때는 125kg 정도 수준의 몸집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사육사들 기대와 달리 2월부터 돼지가격 하락세는 점점 더 가팔라졌고, 손실을 막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살찌운 돼지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돼지고기 가격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최근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살아있는 돼지의 운송을 제한하기로 했다. 살아있는 돼지 운송 시 5개 지역 경계를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인데, 사육사들은 이 정책이 정식으로 시행되기 전에 살찌운 돼지들 일부를 팔아치워야 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돼지고기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최대 양돈 사육업체인 무위안식품은 “중국 돼지 가격 하락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