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상장, 진화하는 음식료 스타트업...“1인‧집밥술‧간편식 원동력”

2021-05-27 07:14
제주맥주, 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
수제맥주 대중화 앞장...“크래프트 시장 커진다” 기대
고피자‧마이셰프‧카브루 시리즈B 투자...판 키우는 음식료 스타트업
식습관 변화에 유기적 대응 가능한 스타트업, 틈새시장 늘려

[[제주맥주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선보인 '아워 에일'.(사진=제주맥주)]]

수제맥주 스타트업 ‘제주맥주’가 2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맥주 업계의 코스닥 상장 첫 사례이자 수제맥주 업체의 첫 번째 상장 사례라는 점에서 “크래프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를 마시려면 오프라인 펍에 가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국내 5대 편의점에 입점해 전국 유통망을 확보했다. 대형 주류 업체 3사와 해외 제품 이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소비자들은 제주맥주 등장에 호응했고, 회사는 연평균 200%씩 성장했다. 창업 전부터 미국 대표 크래프트 브랜드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협업해 시장 진입 전략을 세우고, 제주에 대형 양조장을 건설해 연간 4000만 캔(500ml 캔 기준)의 생산량을 눈앞에 뒀다.

제주맥주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오프라인 펍에 생맥주를 납품하던 일반 수제맥주사들과 달리 패키징 설비 위주의 전략을 창업 초기에 세웠다.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점을 통한 맥주 판매량이 많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전국 유통망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캔과 병 패키징을 준비하고, 자체 대형 양조장 건설을 통해 공급 물량 확보에 주력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지난해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준비 기간이 다른 회사보다 길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럽 맥주 브랜드는 몇백 년을 이어왔고, 우리가 1~2년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제주맥주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는 상장 이후 수제맥주의 대중화라는 목표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한국의 맥주 맛을 알리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제주맥주의 상장은 수제맥주가 편의점 등 가정채널에 입점해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한국에선 크래프트 사업이 마이너한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메인 스트림이다”라며 “국내에서도 크래프트 산업이 메인 스트림에 들어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 상장은 (새로운 사업의) 변곡점이자, 새로운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제주맥주의 상장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을 알리는 증거다. 현재까지 점유율은 전체 맥주 시장의 1~2%밖에 되지 않지만, 특색 있는 맛과 디자인으로 펍을 벗어나 편의점‧대형마트 유통망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패키징 중심의 크래프트 시장이 연평균 40% 성장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이미 상장한 제주맥주를 제외하더라도 카브루,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더쎄를라잇브루잉 등이 수십억 단위의 투자를 받았다. 이들은 자체 대형 양조장을 갖추고, 패키징을 다양화해 캔‧병맥주를 전국 편의점 유통망에 공급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양한 맛을 찾는 소비자의 증가와 일본 불매운동, 주류세 개정, 코로나19로 인한 편의점 맥주 판매 증가 등 연쇄 호재를 통해 수제맥주 업계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카브루 관계자는 “일본 불매 운동 이후 아사히 맥주의 판매량이 많이 빠지면서 그 자리를 국내 수제맥주가 차지했다. 다양한 기업의 투자 유치와 코로나19 등 유기적인 효과가 맞물리면서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아직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시장 파이가 계속 커지고 업계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음식료 스타트업 생태계의 진화
 

[1인 화덕 피자 스타트업 '고피자' 매장.(사진=고피자)]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상장까지 성공한 제주맥주 사례는 국내 음식료 스타트업 생태계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인공지능, 바이오, 반도체 등 기술 기반 기업의 특례 상장은 보편화하고 있지만, 음식료 스타트업의 특례 상장은 흔하지 않다. 제주맥주도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특례) 상장을 진행했는데, 관련 제도를 활용한 상장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시장에서 음식료 스타트업의 사업성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음식료 스타트업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올해 초 밀키트 업체 '마이셰프'가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에는 1인 화덕피자 스타트업 ‘고피자’가 110억원의 투자를 끌어냈다. 수제맥주 업체 카브루는 지난해 60억 투자 유치하는 등 투자 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식습관 변화에 따른 시장 변화를 스타트업이 틈새시장 진출로 만들어 낸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에 따른 혼술 혼밥 문화 확산, 간편식 선호 현상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빠르고 유연한 스타트업이 파고들면서 의미 있는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는 다 아는 사실이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집밥‧집술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젊은 부부들도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배달시장을 포함한 간편 음식료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맛과 메뉴의 다양성, 간편식, 1인분의 트렌드가 음식료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선보인 '아워 에일'.(사진=제주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