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현대무용축제 '모다페', 주목할 만한 공연은

2021-05-24 06:00
병마를 이기는 중인 안신희 현대무용가, ‘지열(地熱) Ⅲ
안은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전국의 할머니 무대에

안신희의 ‘지열(地熱)’ [사진=국제현대무용제 누리집]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현대 무용 축제라 불리는 국제 현대무용제(MODAFE, 이하 모다페)가 올해로 40회를 맞았다. 불혹이 된 모다페는 더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고 관객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오는 25일부터 6월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국립극장,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열리는 모다페는 1982년 대한민국 최초로 ‘제1회 한국현대무용향연’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88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을 기점으로 ‘국제 현대무용제’로 명칭을 변경, 국제적인 축제로서 의미를 더욱 확장했다. 2002년에는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모다페로 새롭게 발족했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전 세계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모다페는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대구시립무용단 등 국내 국공립 무용단 4개 단체를 최초로 초대하는 등 큰 변화를 줬다.

김혜정 예술감독은 “고민 끝에 모다페의 정체성은 담은 주제로 축제를 기획했다”라며 “7인의 전설적 안무가들을 통해 1970~80년대 한국무용을 한눈에 조망하고, 토론회를 통해 춤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더불어 국가대표 무용단을 소개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현대무용을 이끌어 온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육완순·최청자·이숙재·박명숙·박인숙·양정수·안신희 현대 무용가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7명의 공연 실황은 영상으로 기록되어 국가기록원에 기증될 예정이다.

안신희 현대무용가는 오는 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전설의 무대‘를 통해 공연을 선보인다. 이름하여 ‘지열(地熱) Ⅲ’. ‘지열’은 20대 후반의 외롭고 힘들었던 한 여성 안무가의 뜨거운 열기로 탄생한 작품이다. 1983년 일본에서 주최한 동경국제무용페스티벌 참가작인 ‘지열’은 당시 공연 후 일본 아사히 신문 등에 특필되며 등 일본과 한국에서 크게 화제됐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안신희 안무가는 뛰어난 무용수이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안무가다. 진정성·솔직함·유연함·강렬함을 이미지로 표현하며 작품마다 유려한 춤을 어떻게 선보일지 늘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1983년의 안신희와 2014년의 안신희가 달랐듯, 초연부터 38년이 지난 2021년의 안신희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안신희는 모다페 누리집을 통해 “재작년 11월에 뇌출혈로 쓰러졌다. 작년 한 해는 몸의 치유에 대한 시간으로 채워 보냈다”라며 “그러면서 팔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된 것, 발을 내디디게 된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신희는 “경직되고 가끔씩 기억을 잃는 나의 뇌와 정신이 차차 풀어지면서, 새삼스레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다가오기 시작한다”라며 “지금 나의 열기, 이 작품이 어떻게 펼쳐질지 나도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안은미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진=국제현대무용제 누리집]

안은미컴퍼니의 안은미 안무가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통해 뿔뿔이 흩어진 한 세기의 역사적 몸의 기억을 한 자리에 모아 보여준다.

평생 춤 한 번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할머니들의 소박한 리듬과 몸짓을 기록하고 재현하고 재구성하며 몸으로 쓰는 20세기의 역사책을 써 내려간다.

김방옥 연극 평론가는 이 작품에 대해 “삶에 대한, 땅과 몸에 서린 우리의 정서에 대한, 한국의 여인들에 대한, 격렬한 통증과 치유와 긍정의 환희를 담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안 안무가는 1988년 안은미 컴퍼니를 창단한 이후 예술감독으로서 이곳을 이끌고 있으며 현재 프랑스의 떼아트르 드 라 빌(Théâtre de la Ville)의 상주 예술가로서 유럽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6월 13일 아르코 대극장 공연에는 김혜경, 김지연, 정상화, 황경미, 김수정, 이희은 등의 프로 무용수들이 함께하며 안 안무가도 무대에 오른다. 무엇보다 전국의 할머니들 윤정임·김춘희·전점례·정유옥·강경자·최춘자·유명옥·이명숙·윤미자·공수자 씨가 무용수로 함께 출연해 특별함을 더한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에 대해 안은미는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이다”라며 “어머님들에게는 안무가 담임 선생님을 짝지어드렸다. 어머님을 만나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의미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