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미 한반도 비핵화 공조 확인"…바이든 북미회담 입장 변화에도 주목

2021-05-22 13:42
CNBC "바이든, 트럼프 대북접근 방식 거부…외교적 해결 강조"
NHK "한미정상,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공동목표 의지 확인"
CBS "바이든, 구체적인 설명없이 '비핵화·대북문제 진전' 주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대북 문제 접근 방식을 거부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공조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이뤄진 외국 정상 간의 대면 회담인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미국, 일본 등 주요 외신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북·미, 남북, 한·미 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외교적 노력이 사실상 전무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한국전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연합뉴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NHK 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171분간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공조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해 북한에 대한 외교와 대화를 통한 참여를 중시하는 방침을 확인했다"며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와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계획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협상에 입각한 외교를 통한 참여 중시 정책을 확인했다"면서 북·미 싱가포르 합의, 판문점선언 등 지금까지의 남북, 북·미 간 합의를 기초로 한 외교와 대화가 중요하다는 공통의 신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 역시 "한·미 정상은 대북정책을 두고 긴장 완화로 이어질 현실적인 조치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정책 목표 설정에 동의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과 외교를 추진해 나갈 것"이란 발언에 주목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전 주한 미국대사이자 북한을 잘 알고 있는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했다는 것도 강조했다.

닛케이는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특별대표 인사 결정에 '대화 외교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비핵화의 진전을 목표로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한층 선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로 미국 백악관을 찾은 외국 정상이라고 설명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미 협력이 중요한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 구축 달성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바이든,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정책 거부"···실무협상 강조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강조하면서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핵과 대북 접근법을 거부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풀이했다. 

CNBC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북문제 해법으로 활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절대로 (김 위원장과 대면 회담을) 안 하겠다고 한 것은 그 사람의 말을 갖고 무엇을 할지 안 할지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기에 대한 약속으로 긴장 완화를 할 것인지 등을 국무부 장관 등 외교적인 협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구체적인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북한과 마주 앉기 전에 우선 우리 (외교·안보) 팀들이 북한 팀과 먼저 만나야 할 것이고, 우리가 무엇 때문에 만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이 있다면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북한 핵무기에 대한 논의라고 언급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최근에 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다음 해인 2019년 2월과 6월에 각각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CNBC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만남은 모두 표면상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북한은 핵 비축량을 줄이기보다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규모는 두 배로 늘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김 위원장과 회담의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월 30일 바이든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면 면담 가능성에 대해 "그(바이든)의 접근 방식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번 회담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추진 여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의제 우선순위에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북미 정상회담 논의 가능성은 부인했다.

미국 CBS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대북 문제에 있어 진전을 이뤘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진전이 이뤄졌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AP통신은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설득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대북 문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CNN은 한미 정상회담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졌다는 것에 주목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우선 순위가 동아시아 즉 중국 견제로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CNN은 "바이든은 그의 관심을 동아시아로 돌렸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중동 문제를 외교 정책 우선 순위를 낮추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행정부의 중요한 목표라는 것을 재확인했다고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