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확충' 시급한 바이든, 한걸음 후퇴…국제 법인세율 제안 하향 조정

2021-05-21 11:30
미국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21%→15%로 조정
"국가 이견 고려, 올 여름 합의 도출 위한 행보"

국제사회의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합의 도출을 위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세조정그룹에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을 15%로 제안했다. 이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제시했던 21%보다 6%포인트(p) 하향 조정된 수치다.

재무부는 "(조세조정그룹에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이) 최소 15%나 돼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것이 최저치임을 강조한다"면서 "이 논의는 이 세율을 더 높이는 쪽으로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 경쟁 압박을 끝내기 위해 다국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CNBC 누리집 갈무리]


CNBC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제안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법인세 인상에 이어 국경 밖에서도 증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법인세 인상으로 자국 기업의 시장 이탈과 경쟁력 악화 등을 막기 위해 다국적 기업에 대한 최저법인세 설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각국이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앞다퉈 법인세를 내리는 것에 대해 "바닥으로 가는 경쟁"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지출안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현재 21%의 법인세를 28%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도 10.5%에서 21%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이후 옐런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세계 각국에 이를 제안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합의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법인세율로 경쟁력을 확보하던 국가들이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국제적 합의 도출 난항이 예고됐다.
 

[사진=로이터통신]


독일, 프랑스 등은 옐런 장관이 제시한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21%를 환영했다. 그러나 법인세율 12.5%로 조세회피처로 관심을 받는 아일랜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고, 2023년까지 법인세를 25% 인상할 것이라던 영국도 미국이 제안한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21%가 장기적으로 너무 높다는 우려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너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놨고, 이를 위해서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자본이득세 인상안은 공화당 등 반대 세력에 가로막힌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제안까지 국가 간 이견에 막히게 된 것이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논의가 진행 중이고 합의 가능성이 있는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부터 다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공화당을 향해 기존의 28%가 아닌 25% 인상으로 절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법인세·자본이득세 인상 제안 관련 미국 의회 내 합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제안에 대해 "OECD가 제안한 12.5%와 조금 더 근접한 수준으로 움직인 것"이라며 "OECD가 목표한 대로 여름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추가적인 전환 국면(모멘텀)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에 대해 올해 여름까지 다른 나라들과 협상을 매듭짓는 것이 목표"라며 "예상보다 낮은 세율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논의는 오는 6월 4~5일 개최 예정인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옐런 장관이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취임 후 첫 해외 방문 일정에서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 설정 합의에 실질적 진전을 보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