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백신 접종률 높이려는 꼼수에 또 속았네요"

2021-05-20 14:28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가격리 면제 방침 밝힌 정부
백신 접종 완료자 대상 해외여행 상품 내놓은 여행사들
외교부, 특별여행주의보 6월 15일까지 연장…여행 취소 당부
여행업계 "정부만 믿고 상품 판매한 우리만 바보된 꼴" 발끈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매출이 급락해 어려움에 빠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행'을 자제하라고 해 여행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더니, 백신 접종률이 낮으니 '백신 맞으면 격리 면제한다.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며 접종을 독려했지요. 일부 여행사는 정부의 지침에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여행상품도 판매하기 시작했잖아요. 그렇게 접종만 독려하고 또다시 여행을 가지 말라니요. 정부는 여행업계가 만만하답니까?"

서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 대표가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외교부가 발표한 '특별여행주의보' 때문이다. 

외교부는 최근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과 관련, 오는 6월 15일까지 '특별여행주의보' 지침을 연장했다. 지난해 3월 23일 최초로 발령한 데 이어 6월 20일, 9월 19일, 12월 18일에 각각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고, 올해 3월 18일부터 5월 16일까지 또다시 해당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특별여행주의보 연장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적 유행(Pandemic) 선언(20.3.11)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지속 △상당수 국가의 전 세계 대상 입국 금지·제한과 항공편 운항 중단 등의 상황이 계속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 방지와 더불어 국내 방역 차원에서도 우리 국민의 해외 방문 자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해당 기간 중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직장인 B씨는 "확진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신혼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힘들게 '노쇼 백신(예약 취소 등으로 인해 남은 백신)'을 예약해 접종을 마쳤다. 정부 지침에 따라 백신을 맞고 여행 갈 날만 기다렸는데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으로 여행길이 또 막혔다"고 토로했다.

그는 "6월 15일까지라고 하지만, 언제 또 연장될지 모르는 일 아니냐"며 "백신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접종률 높이려고 '여행'이라는 당근을 꺼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행업계 입장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백신 접종(2차) 완료자에 한해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국내 대형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재개' 기대감을 드러냈고, 관련 묶음 상품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30일 여행업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완료자 대상 괌 묶음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첫 출발은 오는 7월21일, 추석 연휴인 9월18일까지 총 9회 예정돼 있다.

하나투어도 내달부터 출발 가능한 백신 접종자 전용 해외여행 상품을 내놨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 인터파크투어도 마찬가지로 '안전'을 내세운 해외여행상품을 선보이는 등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상품을 쏟아냈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물론 특별여행주의보라는 것이 한시적 방침이긴 하지만 언제 또 연장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정부 지침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여행 재개를 기대했던 업계로서는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백신 접종 관련 부작용과 낮은 접종률을 예로 들며 자가격리 면제가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던 업계 일부 관계자들도 정부의 이같은 지침에 불편함을 전했다.

업계 종사자 C씨는 "질병청은 접종률만 높이면 그만이고, 외교부는 여행 가지 말라고 하면 끝인가. 정부 부처가 손발이 맞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사만 등 터지는 꼴이 아니냐"며 "정부의 꼼수에 여행업계만 바보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