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싸 이야기] ①'60억 달러' 레딧 창립자 오헤니언, 억만장자 아닌 이유는?

2021-05-14 04:59
오헤니언, 레딧 창립 1년 만에 1000만 달러에 매각
"창업·투자 등으로 얻은 경험·정보가 더 가치 있어"

대형 헤지펀드와 개인 투자자 간 '공매도 전쟁터'로 활용된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레딧(Reddit)을 탄생시킨 알렉시스 오헤니언은 1983년 4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독일인 어머니와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의 인터넷 기업가이자 투자자다.

사실 오헤니언은 현재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레딧의 공동창립자 대신 세계 테니스 챔피언인 세레나 윌리엄스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3일 세계적인 검색 채널인 구글에 '알렉시스 오헤니언'을 검색해보면 기업가로서의 행보보다는 윌리엄스 남편의 행보가 더 주목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언젠가 자수성가한 억만장자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나를 세레나의 남편(혹은 올림피아 아빠)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것도 나는 괜찮다"고 남기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세레나 윌리엄스(왼쪽)-알렉시스 오헤니언 부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헤니언은 2005년 버지니아 대학에서 방짝(룸메이트)이었던 스티브 허프먼과 함께 '전 세계인이 온라인(비대면)에서 원하는 주제로 대화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레딧'을 만들었다. 오헤니언은 "우리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팀을 구성하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이들을 모두 연결했다"고 레딧을 설명했다.

레딧을 쉽게 설명하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은 SNS로, 회원 가입을 한 뒤 게시판에 간단한 글을 남기면서 본인의 생각을 전하면 다른 이용자가 '좋아요' 또는 '싫어요'를 누를 수 있다. 특징은 주식, 체육, 음악, 미술, 사회, 정치 등 주제별 게시판이 100만개 이상 있다는 점이다. 이를 '서브레딧(subreddits)'이라고 부른다.

올해 초 개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고자 의견을 나누고 의기투합한 '월스트리트베츠'도 레딧의 서브레딧 중 하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레딧에서는 하루평균 50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광고 수익도 전년 대비 90% 급증했다. 또 올해 미국 주식시장을 뒤흔든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 2월 기준 레딧의 시장가치는 60억 달러(약 6조801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오헤니언은 아직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유명인의 자산을 집계하는 '샐러브리티넷워스(celebritynetworth)'는 지난해 기준 그의 순자산을 4000만 달러로, 포브스는 2019년 기준 오헤니언의 순자산 가치를 70만 달러로 추산했다.

오헤니언이 레딧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비대면 여행사, 마케팅업체, 자문업체 등 신생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활동에 나서고 비교적 성공적인 성과를 얻은 것에 비하면 그가 아직 억만장자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레딧의 시장가치만 봐도 그렇다. 야후파이낸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헤니언은 공동창립자와 함께 레딧 창립 1년 만인 2006년에 출판사 콘데 나스트(Conde Nast)에 레딧을 1000만 달러라는 헐값에 매각했다.

이에 대해 오헤이언은 "창업자들은 매각 등에 전혀 관심이 없어야 한다"라며 기업 인수합병(M&A), 매각 등에 따른 자산규모 확대보다는 창업·투자 활동을 통해 얻는 경험과 정보를 더 가치있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알렉시스 오헤니언 레딧 공동창립자. [사진=CNBC 누리집 갈무리]


오헤니언은 2012년 이니셜라이즈드 캐피털(Initialized Capital)을 공동 설립해 인스타카트(Instacart, 장보기 애플리케이션), 패트리온(Patreon, 미국 창작자 후원 플랫폼) 등 200개 이상의 신생기업에 투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이니셜라이즈드 캐피털을 떠나 또 다른 벤처 회사인 '세븐세븐식스(Seven Seven Six)'를 설립해 소규모 신생기업 투자에 집중하며 이들이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피해가도록 돕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오헤니언의 새로운 회사인 '세븐세븐식스'는 올림픽이 시작된 '기원전 776년'에서 비롯됐다.

시장분석기관인 마켓리얼리스트(Marketrealist)에 따르면 그는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올림픽과 비교하며 "경기장을 평평하게 하고 큰 잠재력을 가진 더 많은 창업자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최고의 창업자를 유치하고 최고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구축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