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경총 이어 전경련까지... ESG조직은 필수 됐다

2021-05-13 06:42
3대 경제단체 회의체 발족 마무리... 방향 같지만, 세부 전략 달라
일각선 "협의체 난립... 평가기준 등 함께 논의 필요" 지적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끝으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 등 국내 3대 경제단체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회의체 발족을 마무리했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의 각 특색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ESG 경영이 뿌리내릴 전망이다. 다만 여러 단체가 참여하는 만큼 ESG의 정의와 평가 등은 상호 소통을 통해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2일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K-ESG 얼라이언스 발족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김혜성 김앤장 변호사, 장경호 코스닥협회 회장, 김석환 GS 사장, 최만연 블랙록 대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 신진영 KCGS 원장, 박승덕 한화 사장, 임성복 롯데 전무,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시즈 실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큰 틀에서 ESG 경영 활성화 같은 방향... 세부 전략 달라
전경련은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K-ESG 얼라이언스 발족 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K-ESG 얼라이언스는 전경련 주도로 발족한 ESG 연합회의체다. 롯데·한화·GS·대한항공·효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과 3M·보잉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 주한미국상공회의소·코스닥협회·벤처기업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참여한다.

대한상의와 경총에 이어 국내 대표 경제단체가 세 번째로 만든 ESG 협의체다. 전문가들은 아직 도입 단계인 만큼 여러 형태의 ESG 경영이 발전한다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제단체의 ESG 협의체는 큰 틀에서 ESG 경영의 활성화라는 방향을 같이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전략이 다르다. 전경련의 경우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기업의 ESG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K-ESG 얼라이언스는 국내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ESG 투자사절단을 구성하고 올해 하반기 미국 등에 파견하기로 했다. 사절단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모건스탠리 등을 방문해 간담회를 연다.

김윤 K-ESG 얼라이언스 의장은 “ESG는 답이 정해진 개념이 아니므로 기업들이 계속해서 구체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K-ESG 얼라이언스는 ESG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동시에 많은 기업이 ESG 개념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4월 26일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ESG 경영위원회'에 참석한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왼쪽부터),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방수 LG 사장, 김학동 포스코 대표, 차정호 신세계 대표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 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상의 정부와의 간극 축소·경총 4대그룹 리더 중심 빠른 전파 ‘기대’
대한상의는 정부와 기업 간 ESG 경영에 대한 간극을 좁혀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부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정부와 소통하고 있어 적임자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한상의가 최근 기업문화팀을 ESG 경영팀으로 개편하고, 운영 중인 ‘ESG 경영 포럼’이 대표적인 예다.

대한상의와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법인 화우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포럼으로 최근 1~2차 포럼도 진행했다. 현대차, SK, 포스코, KT 등 주요 기업의 임원이 참여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정기 포럼을 통해 ESG의 개념을 정립하고 경영 전략과 정책 지원방법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총은 3개 단체 중 유일하게 4대 그룹 주요 기업 사장급을 중심으로 하는 위원회를 조직했다는 게 특징이다. 경총은 지난달부터 사회정책팀에서 ESG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같은 달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ESG 경영위원회'도 열었다. 경총 회원사인 4대 그룹의 주요 기업 사장단이 참석했다. 그만큼 ESG 경영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그룹 내 전파 및 실천되기 좋은 구조라는 뜻이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장기적으로 각 기관이 정보공개 표준화를 통해 통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각 기업이 개별 평가기관의 세부 요건에 대응해야 한다”며 “각 경제단체의 ESG 협의체들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 교육 등을 통해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차 대한상의 ESG 경영 포럼'에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둘째)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의체 난립 우려도··· “정의와 평가 기준 등 소통으로 통일해야”
다만 이 같은 각 단체의 특장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협의체의 난립으로 국내 ESG 경영이 ‘산으로 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ESG 경영이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만큼 그 정의와 평가 기준 등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외 주요 ESG 평가기관별로 기준과 항목별 가중치가 달라 평가 결과도 크게 차이 난다. 전경련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레피니티브, 기업지배구조원의 기관별 ESG 등급 평균 격차는 1.4단계였으며, 3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은 22개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평가기관들은 총 7단계로 ESG 등급을 나누고 있는데, 평가 기관에 따라 등급 격차는 최대 5단계까지 벌어졌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ESG에 대한 명확한 지표가 없어 기관들에 따라 같은 기업도 평가가 천차만별로 다르다”며 “경제단체들은 상호 소통을 통해 이 같은 기준을 정부와 기관이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