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가계 대출 ‘사상 최대’ 증가…SKIET 청약 영향
2021-05-12 12:54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2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달(1009조5000억원)보다 16조1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신용대출(기타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직전 달 8000억원 증가에 그쳤던 기타대출은 11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이 역시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여기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청약과 가상화폐 열풍에 빚투(빚내서 투자) 흐름이 조성된 게 영향을 미쳤다. 실제 SKIET 청약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엔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인 80조9000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신용대출 중 상당 부분이 SKIET 공모주 청약자금으로 사용된 걸로 추정 중”이라며 “전체 기타대출 중 9조원대 초반은 SKIET 청약 수요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0억원이 늘었다. 이 중 전세자금은 2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전국 주택매매와 전세거래가 꾸준히 늘어난 게 이유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해 1월 6만2000호에서 2월 5만2000호로 줄었다가 3월에 6만1000호로 다시 소폭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다만 4월에는 주택 입주물량 감소 등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3월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5월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7월부터 은행권 대출 문이 한층 더 좁아 지면서 ‘막차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 구매 시 소득별로 최대 2억 원 가까이 대출액이 줄어드는 만큼, 마지막 '영끌'이나 ‘갭 투자’에 나서는 움직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기업대출은 11조원4000억원이 늘었다. 4월 증가폭으로는 두 번째로 크다. 이 중 상당수는 중소기업에 쏠렸다. 중소기업 대출은 9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 수요와 은행·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등의 영향이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도 3조8000억원 늘어났다. 대기업 대출도 2조 늘며 증가 전환했다.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일시상환분 재취급 등이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