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잃은 은행IT] ①“빅테크가 더 낫죠!”…서울공대생 ‘취업노트’에 은행은 없다
2021-05-11 06:00
서울공대 출신 졸업생 중 금융회사 취업률 0%대
“각종 규제에 조직 분위기 경직…매력도 떨어져”
업계, 이공계 인력 선호…공채 규모 갈수록 축소
“각종 규제에 조직 분위기 경직…매력도 떨어져”
업계, 이공계 인력 선호…공채 규모 갈수록 축소
[데일리동방] #1. A은행은 최근 디지털금융 전담 조직을 개편하고 동시에 이른바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조직 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형 IT회사에 근무하는 3년차 이상 경력직 중 개발직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울공대 출신의 인재가 영입 대상 1순위다.
은행 측은 기존 회사보다 1개급 높은 직급과 연봉 인상,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옥셥) 등의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지만 인재 영입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A은행 관계자는 “퍼포먼스(실적)가 좋은 S대 출신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2.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졸업반 B(28)씨는 올해 대학원 진학과 취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하나, 아니면 현실과 타협해 곧바로 회사에 취직할지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 중이다.
이런 그에게 금융권 내 IT업군으로의 취업 의사를 묻자 난색부터 표했다. B씨는 “박사 학위를 받고 IT분야 대기업에 취업하는 선배들을 많이 봤다”며 “은행은 예상 범주 안에도 없고, 같은 값이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 공통 화두로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혁신)’ 경영이 1순위로 지목되면서 디지털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열 출신들은 금융회사 취업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의 핵심인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인재 품귀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최상위 대학 이공계열 출신 졸업생들의 입행(入行) 비율은 재계 순위 상위권 기업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의 최근 5년간 졸업생들의 취업통계를 보면, 학부 졸업생 670여명 중 금융권 취업률은 0%대를 기록했다.
이 학부 졸업생 중 2015년 유안타증권 1명, 2020년 신한은행 1명, 올해 들어서는 금융결제원 1명 등 3명이 전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순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장은 “금융권 진출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졸업생의 대부분이 보통 IT기업에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등 또 다른 공과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해당 학부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취업한 C(37)씨는 “한 해 200명가량 학부를 졸업하는데 선후배들 중 은행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못 들은 것 같다”며 “굳이 금융권을 본다면 졸업생 중 극소수만 투자나 컨설팅 부문에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은행들은 수년 사이 빅테크와 핀테크(금융기술)의 공습을 가장 큰 위협요소로 꼽으며 경쟁력 향상을 위한 DT 실행 적임자 영업에 노력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정이다. 은행권이 이공계열 출신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미 학부 때부터 컴퓨팅, 인공지능(AI), 프로그래밍,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 등을 학습해 이론과 실기 모두에서 다른 전공 출신 보다 앞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업계에는 상위권 공과대학 졸업생들이 학교 간판만큼 ‘이름값’을 한다는 기대치가 전제돼 있다. 문제는 공과대학 졸업생 사이에 금융회사를 안 좋게 보는 기류가 확산해 있다는 점이다. 규제가 심한 금융업의 업무 유연성이 떨어지고 조직 분위기도 경직돼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은행권의 고액 연봉은 매력적이지만, 내부 통제에 묶여 의사 결정에 지장을 받는 조직 문화를 기피하는 것이다. 졸업생 상당수가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빅테크에 취업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신입 공개채용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은행권 내 채용 트렌드도 공과대학 졸업생의 발을 돌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인사담당자는 “업계에서는 서울대 등 최상위 대학 출신은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에, 중상위 대학 출신은 국내 대기업에, 은행에는 그 밑의 대학 레벨 중에서야 겨우 들어온다는 말이 이미 공공연하다”며 “빅테크도 파격적인 채용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어 앞으로 인재 영입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측은 기존 회사보다 1개급 높은 직급과 연봉 인상,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옥셥) 등의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지만 인재 영입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A은행 관계자는 “퍼포먼스(실적)가 좋은 S대 출신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2.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졸업반 B(28)씨는 올해 대학원 진학과 취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하나, 아니면 현실과 타협해 곧바로 회사에 취직할지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 중이다.
이런 그에게 금융권 내 IT업군으로의 취업 의사를 묻자 난색부터 표했다. B씨는 “박사 학위를 받고 IT분야 대기업에 취업하는 선배들을 많이 봤다”며 “은행은 예상 범주 안에도 없고, 같은 값이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 공통 화두로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혁신)’ 경영이 1순위로 지목되면서 디지털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열 출신들은 금융회사 취업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의 핵심인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인재 품귀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최상위 대학 이공계열 출신 졸업생들의 입행(入行) 비율은 재계 순위 상위권 기업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의 최근 5년간 졸업생들의 취업통계를 보면, 학부 졸업생 670여명 중 금융권 취업률은 0%대를 기록했다.
이 학부 졸업생 중 2015년 유안타증권 1명, 2020년 신한은행 1명, 올해 들어서는 금융결제원 1명 등 3명이 전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순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장은 “금융권 진출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졸업생의 대부분이 보통 IT기업에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등 또 다른 공과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해당 학부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취업한 C(37)씨는 “한 해 200명가량 학부를 졸업하는데 선후배들 중 은행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못 들은 것 같다”며 “굳이 금융권을 본다면 졸업생 중 극소수만 투자나 컨설팅 부문에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은행들은 수년 사이 빅테크와 핀테크(금융기술)의 공습을 가장 큰 위협요소로 꼽으며 경쟁력 향상을 위한 DT 실행 적임자 영업에 노력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정이다. 은행권이 이공계열 출신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미 학부 때부터 컴퓨팅, 인공지능(AI), 프로그래밍,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 등을 학습해 이론과 실기 모두에서 다른 전공 출신 보다 앞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업계에는 상위권 공과대학 졸업생들이 학교 간판만큼 ‘이름값’을 한다는 기대치가 전제돼 있다. 문제는 공과대학 졸업생 사이에 금융회사를 안 좋게 보는 기류가 확산해 있다는 점이다. 규제가 심한 금융업의 업무 유연성이 떨어지고 조직 분위기도 경직돼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은행권의 고액 연봉은 매력적이지만, 내부 통제에 묶여 의사 결정에 지장을 받는 조직 문화를 기피하는 것이다. 졸업생 상당수가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빅테크에 취업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신입 공개채용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은행권 내 채용 트렌드도 공과대학 졸업생의 발을 돌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인사담당자는 “업계에서는 서울대 등 최상위 대학 출신은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에, 중상위 대학 출신은 국내 대기업에, 은행에는 그 밑의 대학 레벨 중에서야 겨우 들어온다는 말이 이미 공공연하다”며 “빅테크도 파격적인 채용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어 앞으로 인재 영입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