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IPO 속도전···연초 실현 가능성 없다던 6조원 몸값 지금은 가시권

2021-05-10 07:20

올해 1월 갑작스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현대중공업이 관련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은연중에 드러낸 몸값 6조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선업이 호황인 현시점에 상장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6조원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최근 상장 조선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이제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지난 6일 청구했다. 승인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오는 8월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 절차에 1년가량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월 IPO 의사를 밝힌 현대중공업은 매우 빠르게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이같이 현대중공업이 속도전에 들어간 것은 최근 조선업 호황을 노려 원하는 몸값을 달성하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전체 지분의 약 20%를 신주로 발행해 1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주식수가 100주라면 신주발행으로 120주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특히 업계와 시장은 신주 20%(20주)의 가치를 1조원으로 봤다는 데 주목했다. 현대중공업이 자사의 전체 가치(120주)를 6조원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발표 당시인 1월만 하더라도 이는 너무 낙관적인 기대라는 지적이 많았다. 상장 조선사의 밸류에이션 저평가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 탓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조선사의 밸류에이션 측정 근거가 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살펴보면 삼성중공업은 1.14배, 대우조선해양은 0.7배, 같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0.82배, 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0.7배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사진=각 사 제공]
 

이를 종합하면 상장 조선사의 PBR 평균치는 0.86배에 불과한 수준이다. PBR 1배에 못 미친다는 점은 회사가 사업을 청산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모두 매각할 때의 가치(청산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PBR 0.86배를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자본총계(5조3608억원)에 적용하면 4조6103억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자체 평가한 6조원과 상당한 차이가 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선박 발주가 한꺼번에 몰리고 친환경 규제로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연일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이에 맞춰 상장 조선사의 주가도 급격히 오르면서 PBR가 크게 재고됐다.

실제 이달 6일 종가 기준 현대미포조선이 1.59배, 대우조선해양이 1.03배, 한국조선해양이 1배를 기록하고 있다. 0.98배로 지난해 말보다 다소 악화된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모두 큰 폭으로 PBR가 개선됐다.

그 결과 상장 조선사의 PBR 평균치도 1.15배로 급변했다. 이를 현대중공업 자본총계에 적용하면 6조1649억원의 밸류에이션이 도출된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초 기대한 몸값 6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다만 조선업 주가가 최근 재고됐지만 전통적 조선업의 성장 기대감이 높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몸값 재고의 걸림돌이다. 실제 많은 조선업계와 시장 관계자들은 전통적 조선업과는 달리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는 6조원의 밸류에이션이 다소 과다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최근 업황이 한동안 지속된다면 달성하기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전통산업이 조선업에 대한 투자자의 부정적인 시선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