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찾기 어렵네" 바이두 리옌훙의 고민
2021-05-07 01:00
지난해부터 후계자 찾기에 나섰지만 성과 '미미'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루치 이후 적임자 없어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루치 이후 적임자 없어
최근 1년간 고위 임원들의 세대 교체와 파격적인 인사 단행 등이 모두 후계자 찾기에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젊고 강력한 리더들의 활약에도 리옌훙 회장 역할을 대신할 마땅한 인물이 없어 리 회장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해석이다.
리옌훙, 최근 1년간 '세대교체' 속도 내며 후계자 찾기 총력
“나를 대신할 바이두의 최고경영자(CEO)를 찾고 있습니다.”5일 중국 제몐에 따르면 바이두의 홍콩증시 2차 상장을 앞둔 지난 3월 리옌훙 바이두 창립자 겸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리 회장은 자신의 후계자 후보는 순위로 메겨지지 않으며,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동등하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부터 후계자 찾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19년 바이두는 선더우(沈抖) 왕하이펑(王海峰), 징쿤(景鲲)을 각각 부사장, 최고기술책임자(CTO), 스마트생활사업그룹(SLG)책임자 자리에 앉혀 ‘젊은 피’를 수혈한 후 계속해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4월에만 54명에 이르는 임원들의 승진을 단행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임원 승진 명단자만 50명이 넘는다. 제몐은 이 같은 대규모 내부 승진 건수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바이두의 부총재 직책을 가진 인원 수도 업계 최다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주목되는 점은 승진한 임원 중 상당수가 1980년대생이라는 점이다. 바이두가 그만큼 세대교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이자, 젊은 후계자를 원하는 리 회장의 복안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문제는 인터넷 포털부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바이두의 광범위한 사업을 총괄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제몐은 리 회장이 루치(陸奇) 전 바이두 총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이후 바이두의 전반적인 사업을 이끌 만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리밍위안, 루치 등 강력한 후계자들과 이별
루치는 과거 리 회장의 가장 강력한 후계자로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1987년 상하이 푸단대학을 졸업한 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전무 이사를 거친 뒤 2017년 바이두에 전격 합류해 바이두를 고속 성장시켰다.그가 바이두에 몸 담았던 1년여간 바이두 주가는 60%이상 올랐고,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바이두의 아폴로 자율주행차, 대화인식 AI 시스템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결과다.
그러나 그는 바이두 입성 486일 만에 회사를 떠났다. 그가 바이두와 작별한 이유가 리 회장의 아내인 마둥민(馬東敏)과의 견해 차이 때문이라는 보도가 뒤늦게 나왔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루치 전 총재 외에도 오랜 기간 리 회장의 후계자로 불렸던 또 한 명의 인물은 리밍위안(李明遠) 전 부총재다. 그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4년 바이두에 입사한 후 초고속 승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29세였던 2013년 모바일 사업을 책임지는 최연소 부총재로 승진한 뒤 이듬해 사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 위원으로 선임됐다. 그가 ‘바이두의 황태자’로 불리며 리 회장의 가장 강력한 후계자라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6년 11월 부패에 연루되면서 사임했다.
"부진한 바이두의 성적과 불투명한 전망도 문제"
결국 리밍위안과 루치 이후 리옌훙 회장의 후계자 자리는 약 3년간 공석으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일각에서는 리 회장이 후계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최근 바이두의 부진한 성적과 불투명한 전망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자본시장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홍콩증시 2차 상장 이후 성적표는 매우 부진하다. 이날 기준 바이두 주가는 196홍콩달러로, 공모가인 250홍콩달러에서 크게 멀어져 있다.
게다가 바이두가 주력하는 자율주행차 시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제몐은 “아직 시장이 성숙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샤오미·디디추싱 등 거물급 라이벌들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향후 바이두가 시장 선두를 차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